현대중공업이 국제유가의 흐름과 무관하게 앞으로 수주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가 세계 석유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서 현대중공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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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
권오갑 부회장은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 왔는데 수주까지 회복할 경우 경영정상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4일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경쟁이 현대중공업의 주력 선박인 탱커의 수요를 높이고 있다”며 “유가의 높고 낮음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9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원유감산에 합의한 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조선사들도 해양플랜트와 유조선 발주 재개 등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국제유가를 전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9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6% 급등하며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루 뒤 2.27% 급락했다.
이란과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제자리걸음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오르지 않아도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현대중공업의 탱커 수주도 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원유감산 필요성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실제 감산에 들어갈지 미지수라고 바라봤다. 계속된 저유가로 세계 석유시장에서 러시아의 힘이 커지고 있는데 굳이 감산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원유 생산량 증가에 따른 수송량 증가가 탱커 발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2014년 10월 OPEC이 감산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뒤 유가가 급락했지만 공급경쟁이 과열되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탱커 수주계약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유가가 상승해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해양플랜트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자원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조선이나 가스운반선 발주도 늘어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해양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조선사”라며 “대형조선사 가운데서도 가장 견고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수주에 필요한 선박금융이나 선수금환급보증(RG) 확보에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파악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은 단기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유조선 위주로 수주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내년에는 다른 선종에서도 점차 수주 회복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에 영업이익 2800억~3200억 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8824억 원을 냈다.
권오갑 부회장은 인력 구조조정과 일부 사업부 분사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큰 차질없이 이행하며 현대중공업의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신규수주만 회복한다면 경영정상화 작업에 한층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조선과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모두 126억 달러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9월 말 기준으로 19억 달러를 조금 넘어 전체 목표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