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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한화가 최순실 게이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10-23 06: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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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한화가 최순실 게이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  
▲ 현재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전 대한승마협회장인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검찰이 최순실씨의 미르와 K스포츠 개입의혹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 불똥이 튈지 주목된다.

두 그룹은 박근혜 정부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주고받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그룹은 박근혜 정권 들어 눈에 띄게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박근혜 정부 이전인 2012년에 비해 올해 자산규모가 각각 36.2%, 59.5% 증가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한화그룹이 자산성장률 1위, 삼성그룹이 2위에 올라 있다.

두 그룹은 방산과 화학계열사를 놓고 빅딜을 해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대를 열기 위한 사업구조개편의 초석을 놓았고 한화그룹은 방산과 화학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 승마협회 회장사 주고받은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은 박근혜 정부 들어 승마협회 회장사로 바통을 주고받았다.

현재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3월 승마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삼성그룹이 승마협회 회장사에 복귀한 것은 2010년 안덕기 삼성그룹 고문이 물러난 뒤 5년만이다.

승마협회는 회장을 맡고 있는 박 사장 외에도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부회장, 김문수 삼성전자 부장이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삼성 승마팀에 소속돼 있다고 밝힌 사실이 알려져 삼성그룹은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2010년 승마 실업선수단을 해체했다.

삼성그룹은 정씨를 위해 10억 원대의 명마를 매입하고 거래사인 모나미가 독일의 경마장을 인수하도록 하는 등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더불어민주당 최순실게이트 진상규명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대기업은 소극적으로 대응했는데 삼성은 적극적으로 정경유착을 위해 행동한 것”이라며 “포괄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삼성이 다른 선수를 개인적으로 지원한 예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까이 가는 통로를 만들기 위한 정경유착의 한 예”라고 비판했다.

삼성그룹이 회장사를 맡기 이전에 한화그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신은철 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부회장이 2012년 승마협회장에 당선됐고 2014년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 때에도 비선실세 논란이 일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특혜를 누리도록 승마협회가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회장에서 사퇴했다.

당시 한화그룹 소속 승마협회 이사들도 모두 사퇴이사를 밝히면서 한화그룹이 승마협회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승마협회가 한화그룹에 복귀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차 사장이 회장을 맡았다.

차 사장도 회장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차 사장의 임기는 2017년까지였지만 회장으로 선임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회장에서 물러났다.

한화그룹은 “회장사를 맡는 동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 많은 투자와 국제적 네트워크가 필요해 물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뒤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가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삼성그룹이 자연스레 승마협회 회장사를 넘겨받았다.

◆ 경영승계 과정의 삼성그룹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승마에 관심을 쏟은 것은 두 그룹의 상황을 고려할 때 청와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고 한화그룹은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방산사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두 그룹의 이름이 최순실 게이트에 오르내리는 것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과 한화가 최순실 게이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병환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적극적 사업개편으로 삼성그룹을 탈바꿈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해야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다.

이를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은 국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20대 국회 들어 여소야대로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센 점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신들도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올해 4월 조선해양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경영권 승계에 정부의 후원과 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합병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를 막아내고 주총에서 승리한 결정적 요인은 국민연금의 찬성표였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주주총회 전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국회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 한화그룹의 방산은 정부가 고객

한화그룹은 지난해 재계순위 10위에서 9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과 화학계열사 4곳을 인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인수 규모는 1조9천억 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재계 사상 최대규모였다.

특히 한화그룹은 방산계열사인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과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모태사업인 방산사업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그 뒤 한화그룹은 한화디펜스(옛 두산DST)를 인수하고 한화시스템 지분을 추가인수하는 등 압도적인 1위를 굳히고 있다.

  삼성과 한화가 최순실 게이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은 최근 계열사 인사와 함께 방산사업 영역을 조정하는 등 방산사업을 재정비했다. 글로벌 10대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방산사업은 정부사업의 수주에 따라 성장성이 달라진다. 여전히 전체 사업에서 국내사업의 비중이 크고 우리나라의 방위비 규모도 세계 10위 수준으로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방산기업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위력개선비를 매년 7% 이상 늘리기로 했다.

한화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태양광사업 역시 정부정책과 발맞추기가 필요하다. 아직 자리잡지 못한 태양광사업이 성장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태양광사업을 축소하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꾸준히 태양광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 등으로 태양광사업은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는 파리기후협약을 계기로 2029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11.7%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태양광산업에 대한 정책지원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화그룹의 승승장구에 김승연 회장의 역할이 크다. 특히 한화그룹이 도약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방산계열사 빅딜의 경우 김 회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그해 연말 빅딜을 성사시켰다.

김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후보로도 심심찮게 거명된다. 전경련 회장 적임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재계의 위치나 역할을 볼 때 김 회장이 맡는 것이 적당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김 회장은 아직 집행유예 상황이라 재계 단체 수장을 맡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다음 사면에서 김 회장이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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