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7-05 17: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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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산업별 노조에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교섭결과를 산업계 전체가 누릴 수 있도록 하면 국내 노조문화를 건전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1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주영 의원과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공동으로 주최한 '기업별 노사관계 산별노사관계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 "2010년부터 시행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산업별 노조와 단체교섭 금지를 포함해 지나친 법제화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가 5일 국회 의원회관 306호에서 열린 노동입법 세미나에서 한국 노동제도의 문제점과 산업별 노조 도입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단체교섭은 노동자와 기업 사이 자율의 영역이기에 법은 기반만 만들고 노사가 제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힘의 불균형을 완화시켜주는 정도에서 기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행 노조법은 '기업별 노조'와 사용자인 기업 사이의 '기업별 교섭'만을 강제하고 있다. 이에 산업별 노조가 전체적 틀에서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협상을 하더라도 개별 기업별로 단체 교섭을 해야 하는 이중구조때문에 많은 교섭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별 노조만을 중심으로 노조가 운영되면서 '임금극대화', '임금평준화', '고용안정'이라는 노조의 3대 순기능 가운데 임금 극대화에만 무게가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 교수는 현행 노조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성과 영향력을 갖춘 산업별 노조를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산업별 교섭권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산업별 노조의 교섭권이 법제화되면 기업노조와 산업별 노조가 중복으로 활동해 높은 교섭비용을 유발하는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노조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에서 산업계에서는 이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가 아예 없는 상황이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산업별 노조처럼 노조의 집중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기업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교수는 독일을 예로 들며 "노조가 잘 조직돼 있으면 교육훈련과 같이 기업이 수행하던 기능들도 노조가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또 스웨덴의 사례를 꼽으며 "노조가 산업별 노동자의 80~90%를 조직하고 있으면 오히려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며 "산업별 노조가 행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의원은 토론회 축사를 통해 "법을 잘 만들고 통과시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게 만드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우리 민주당이 대응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 일사분란하게 대응해 가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산업별 노조의 단체교섭 결과에 대한 '효력 확장'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단체교섭의 효과가 노조원뿐 아니라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 구속력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도 기업별 교섭에서 효력 확장이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섭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산업별 노조 규모로까지 확대된다면 노조의 대표성이 높아지고 교섭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에서는 산업별 교섭의 효력확장 법제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산업계 전체에 동알한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지를 놓고 기업은 물론 노동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다.
이에 이 교수는 산업 전체에 적용되는 단체교섭이 정부 노동정책의 유연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시각도 소개했다.
독일의 노동시간 제도를 들어 이 교수는 "독일도 법정 노동시간 자체는 긴 편이지만 법정 노동시간대로 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며 "모두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된 노동시간대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임금과 노동시간을 산업별 단체교섭으로 정하면 법으로 정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