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이 우호적 영업환경을 맞고 있지만 오너십 부재에 따른 한계점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HMM이 오너십 부재로 손해볼 일과 마주하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경영주체가 있다면 불경기에 대비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설 추진력을 확보하기 쉽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책은행과 공공기관이 대주주인 탓에 국제 해사 기관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3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HMM이 최근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로부터 관리대상 선사(Controlled Carrier)로 지정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강한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연방해사위원회는 미국과 무역을 하는 선사들 가운데 외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거나 운영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곳을 관리대상 선사로 지정한다. 최근 HMM은 연방해사위원회로부터 관리대상 선사로 분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국영선사 COSCO와 그 자회사 OOCL도 연방해사위원회의 관리대상 선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관리대상 선사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HMM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시각이 일각에서 나온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우방국들을 향해 단계적으로 규제 강도를 높이는 미국의 성향을 고려하면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연방해사위원회가 변호사를 8명으로 늘리고 조직을 강화해 선사들을 향한 규제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나왔다는 것은 HMM에 중장기적으로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MM으로서는 민영화 무산이 관리대상에 오르게 된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HMM 대주주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의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에 HMM을 매각하려 했지만 올해 초 협상이 결렬됐다.
그 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전환사채의 전환권을 꾸준히 행사하며 오히려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한 층 강화했다. 최종적으로 전환권이 행사돼 15일 신주가 상장되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HMM 지분율은 각각 30.9%, 30.3%가 된다.
HMM을 경영할 민간 주체가 없다는 사실은 HMM이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지 못하는 일로도 이어질 수 있다.
HMM은 해운업황의 호황기에 벌어둔 15조 원 규모의 현금을 활용해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서 최대 선사인 하팍로이드가 이탈하면서 글로벌 해운동맹의 재편에도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주주 측이 선임한 김경배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체제에서는 이런 현안에 대한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HMM이 민영화를 전제로 하는 기업인만큼 김 사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 HMM의 현재 대주주 측이 선임한 김경배 대표이사 사장(사진)의 경영체제에서는 현안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운임상승에 따른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6월28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714.32로 1천 대 전후였던 지난해의 3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HMM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HMM의 올해 영업이익 평균은 2조1089억 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5848억 원)보다 260%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호황과 불황이 장기간 주기로 반복되는 해운업 특성상 호황 이후 깊은 불황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많다. 호황을 맞기 전 현대상선 시절 HMM은 불황기인 2011~2019년 적자를 지속하며 누적 결손금이 4조5207억 원까지 불어나 부분 자본잠식에 이른 적도 있다.
구 회장은 “내년 1분기까지는 해운업 호황이 이어질 수 있지만 2분기부터는 긍정적 이벤트가 사라지며 공급망 교란이나 지연이 해소되고 운임이 떨어져 해운시황이 침체기로 갈 수도 있다”며 “HMM으로서는 철저한 개혁과 개선, 투자를 집행하고 책임질 민간 주체가 없다는 게 상당한 약점”이라고 바라봤다.
HMM 관계자는 미국 연방해사위원회의 관리대상 선사 지정과 관련해 “1957년 체결한 한국과 미국의 상호조약에 따라 규제를 면제받고 있어 사실상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