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취업포털이 실시한 대학생 입사선호도에서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현대차와 네이버에 내줬다.
삼성전자는 2015년 기준 직원 연봉평균이 1억 원 넘는 곳이다. 2007년부터 선호도 1위를 지켜왔던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들에 밀린 것은 이례적이다.
취업시장에서 ‘짧고 굵게’보다 ‘가늘고 길게’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직업적 안정성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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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등 기업 삼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적어도 고용안정성에서만큼은 갈수록 인심을 잃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수조 원에 이르는 유형의 피해 말고도 내부적으로 후유증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삼성전자 임원 1천여 명 가운데 20%가량이 옷을 벗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 무려 임원 200명 정도가 인사 칼바람을 맞게 된다는 얘기다. 또 최고위급 경영진을 대상으로 대폭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한 최근 약 2년 사이 삼성그룹에 실용주의 혹은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라 감원한파가 몰아쳤다.
삼성그룹 안팎에서 떠도는 얘기 중엔 이런 것도 있다. ‘과거에 삼성전(前)자와 삼성후(後)자로 나뉘었는데 지금은 삼성사자와 삼성팔자로 나뉜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등장한 뒤 사업재편에 따른 계열사 매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강남 아파트값 급등이 삼성 탓이란 말도 나돈다. 희망퇴직금을 두둑이 받고 나온 임직원들이 저금리에 수억 원의 목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하면서 아파트를 사들여 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확인하기 어려운 ‘믿거나 말거나’식 풍문에 불과한 얘기지만 삼성그룹이 계열사 전체에서 진행해온 감원규모를 보자면 아주 설득력 없는 것도 아니다.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보고서에 기재된 직원이 9만 5420명으로 1년 전보다 3579명 줄었다. 삼성중공업(1756명), 삼성SDI(1741명), 삼성전기(1697명), 삼성물산(1380명), 삼성엔지니어링(1156명)도 1천 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리보전이 힘들어진 것은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 실시한 2016년 임원인사에서만 500명 안팎의 임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에서 인력감원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직원 1천 명가량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과 삼성SDS의 감원규모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보내는 인력뿐 아니라 새로 뽑는 인원도 대폭 줄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는데 정확한 채용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올해 신입사원 채용인원을 대폭 줄일 것이란 의견이 많다.
삼성그룹은 2012년 한 해에만 2만6100명을 뽑았는데 지난해에 채용규모가 절반 수준인 1만4천 명에 그쳤다.
이재용 부회장은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공식선임된다.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대외적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 시대를 맞는 삼성그룹을 일부 언론에서 ‘뉴 삼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환경에 따른 인력운용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기업이 자선사업을 하는 곳도 아니니 채용을 통한 사회적 공헌을 일방적으로 주문하는 것도 듣기좋은 콧노래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만 놓고 봐도 삼성그룹의 고용감소가 30대그룹 전체 고용감소의 3배가 넘었다면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뉴 삼성’이 IMF보다 더 무섭다는 자조가 내부에서 나오는 것도 헛말은 아닌 셈이다.
올해 삼성 브랜드에 치욕을 안긴 갤럭시노트7 사태까지 겹쳤으니 삼성맨들에게 다가오는 인사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할 듯하다.
부잣집 곳간에서 인심도 나야 하는 법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책임경영을 하기 위해 나선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무인 고용문제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