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7-01 14: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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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등급 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B등급으로 내려온 것은 2019년 이래 4년 만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공급 횡령, 사업비 전용 등의 사고가 터지면서 내부 기강 해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윤 사장의 윤리 경영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수자원공사가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지난해보다 한 등급 하락한 B등급을 받았다. <한국수자원공사>
1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가운데 상위권에서 평가등급 자리바꿈이 일어났다.
지난해에도 A등급을 받은 바 있는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A등급을 받은 곳은 1년 전인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던 국립공원공단이었다.
국립공원공단이 직무급 도입 등 공공기관 혁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등급이 상승한 가운데 지난해 A등급을 받았던 한국수자원공사는 등급 하락이라는 결과를 받게 됐다.
윤 사장이 2023년 6월 취임했기 때문에 이번 평가를 온전히 윤 사장의 경영성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A등급을 3년 동안 유지해 온 수자원공사가 윤 사장의 임기에 접어든 뒤 B등급이라는 성적을 받은 만큼 완전히 책임을 벗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윤 사장으로서는 자신의 경영 능력을 다시금 증명하기 위해서 수자원공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내부 기강 해이, 악화한 청렴도 등을 해결해 등급 상승을 노려야만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수자원공사가 직원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모두 합쳐 49건이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16건 늘어난 것이다.
중징계인 파면, 해임, 정직, 강등 처분을 받은 인원을 살펴보면 모두 12명이며 이 가운데는 징계와 동시에 고발 처리된 직원도 3명 있었다. 징계 인원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중징계를 받을 정도로 내부 기강 해이가 심각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3년 12월28일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종합청렴도는 2022년 3등급에서 2023년 4등급까지 하락했다.
수자원공사에선 3년 동안 모두 합쳐 100억 원이 넘는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회계 부실 문제도 이어졌다.
부산에코델타시티 사업단에서 2021년 85억 원, 2022년 7억 원 상당의 횡령 사건이 터졌음에도 2023년 4월 해외사업장 파견 직원이 8억5천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 사업 추진을 위해 JSC넨스크라하이드로 파견된 A씨는 2022년 말 회계를 맡고 있던 직원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서 자금 관련 업무를 일임하게 됐다. A씨는 회사에 들키지 않고 돈을 빼돌리기 위해 소액을 반복해 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
2월16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거액의 정부 수탁사업비를 원래 목적과 맞지 않게 사용하기도 했다.
수자원공사는 정부 대신 물관리, 댐 건설, 유역개발 등을 맡으면서 받은 수탁사업비를 자체사업비, 운영자금과 구분 없이 사용하는 등 모두 합쳐 7946억 원을 적절치 않게 사용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도 총자산회전율,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일반관리비 관리, 노동생산성, 자본생산성 등의 항목에서 만점을 받는 등 재무 능력을 뽐냈음에도 윤리경영 분야 계량 부문에서는 1점 만점에 0.550 점을 얻고 비계랑 부문에서는 E0 등급을 받는 등 아쉬운 점수를 받은 바 있다.
▲ 윤석대 사장이 3월22일 열린 국내 물산업 분야 대표 전시회 '워터 코리아(WATER KOREA)에서 물 분야 전문기업들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당시 경영평가 결과보고서에서 “수자원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평가한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2021년과 동일한 3등급을 유지했는데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개선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부정 청탁, 특혜 제공, 부당 지시 및 갑질 행위와 관련해 원인 분석과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통제 및 준법관리를 위한 핵심인 내부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와 관련한 개선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재무관리 능력의 배점이 20점이나 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수자원공사의 등급이 낮아진 데에는 실적 악화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는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등 탄탄한 재무 체력을 자랑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다소 둔화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으로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11조5837억 원, 부채비율은 101%였는데 2022년과 비교하면 각각 6.9%, 1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수자원공사는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5709억 원, 영업이익 3129억 원, 순이익 3593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2022년과 비교해 각각 4%, 47%, 12% 줄어든 것이다.
수자원공사의 실적 악화 이유로는 해외사업 투자 손실 규모가 커진 것이 꼽힌다. 수자원공사의 연결재무재표를 살펴보면 ‘후속적으로 당기 손익으로 재분류되는 기타포괄손익’에서 해외사업의 환산손실 규모는 135억 원이었다.
수자원공사가 5월27일 공시한 ‘투자 및 출자 현황’에 따르면 취득가액이 1008억 원인 필리핀 앙갓하이드로파워의 장부가액은 0원이었다. 취득가액이 2345억 원에 이르는 조지아 JSC넨스크라하이드로의 장부가액은 2022년 기준으로 0원이었으나 2023년 76억 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