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아일랜드 연간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현대자동차 투싼. <현대자동차>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테슬라의 '모델 Y'가 전기차로는 처음으로 연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각 국가별 차량 판매 순위를 따져보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국가는 의외로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비즈니스포스트가 지난해 국가별 연간 자동차 판매 1위에 오른 차량을 조사한 결과, 모델 Y는 전기차 전환이 빠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 판매량 1위에 올랐지만 그 외 국가 판매 1위는 다양한 제조사들의 모델이 차지했다.
한국의 작년 베스트셀링카는 11만3062대가 팔린 준대형 세단 현대자동차 그랜저로, 지난해 11만3047대가 팔렸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큰 차 선호 현상이 강한 자동차 시장이다. 그랜저와 같은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기함) 차량이 판매 1위를 차지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한국에선 1위뿐 아니라 2위, 3위 자리에도 기아 중형 SUV 쏘렌토(8만5811대), 대형 RV 카니발(6만9857대)가 각각 이름을 올리는 등 '톱3'를 모두 중형급 이상 큰 차가 휩쓸었다.
지난해 미국 판매 1위 차량은 픽업트럭인 포드 F시리즈다. 1년 동안 75만789대가 판매됐다. 2위는 쉐보레 실버라도(54만3780대), 3위는 램 픽업(44만4926대)이 차지해 판매량 순위 최상단을 모두 픽업 트럭이 꿰찼다.
미국은 넓은 영토에 단독 주택이 많아 마트 등 용무가 있을 때 한 번에 많은 짐을 싣는 일이 잦다. 또 인건비가 비싸 가전제품, 가구 등에 이르기까지 자가용으로 운송하는 게 일반적이라 가정마다 픽업트럭 1대는 보유하려는 경향이 짙다.
미국은 작년 기준 라이트트럭(SUV+픽업트럭) 비중이 80%에 육박해 한국과 더불어 큰 차 인기가 높은 대표적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 자동차 시장에선 소형차에 관한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일본 판매 1위는 혼다의 경차 N-박스가 차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23만1385대가 팔렸다. 2위는 소형 해치백 도요타 야리스(19만4364대), 3위는 경차 다이하쓰 탄토가 차지했다.
지난해 일본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6.5%에 달했다.
일본에서 경차 수요가 높은 데는 차 구매시 경제성을 우선 따지는 현지 소비자 성향뿐 아니라, 독특한 시장환경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도로 폭이 좁은 일본에선 차고지증명제 실시로 차를 살 때 집 반경 2km 내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는데, 외부 주차장 1칸 면적이 경차나 소형차만 이용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일본에서는 차를 구매한 뒤 3년, 이후 2년마다 자동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경차는 정액으로 '중량세'를 받지만 경차가 아니면 0.5톤 당 추가금액을 부과한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자국 브랜드 차량 판매 비중이 90%를 넘어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한다.
유럽 역시 전통적으로 소형차 인기가 높다.
유럽은 일찍부터 도시가 발전한 데다, 현지 당국에서 전통 경관의 보존을 중요하게 여겨 도로와 주차공간이 협소한 편이다.
▲ 르노의 소형차 '클리오'. <르노 홈페이지> |
지난해 프랑스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는 르노 클리오(9만7471대)가 꿰찼다. 스텔란티스 산하 푸조 208(8만6263대, 르노그룹 아래 다치아 산데로(6만9106대)가 뒤를 이었다. 3종 모두 소형 차급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자국 브랜드 선호 성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시장이다. 작년 차 판매 톱10에 이름을 올린 차 가운데 르노그룹, 스텔란티스 이외 브랜드는 8위 테슬라 모델 Y(3만7127대)가 유일했다.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경차 피아트 판다가 10만2627대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2위와 3위는 다치아 산데로(4만7843대), 경차 란치아 입실론(4만4891대)이 각각 차지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전통 마을의 좁은 길이 많고, 주차공간이 협소해 판매 톱3에 경차가 2대나 이름을 올렸다. 피아트와 란치아는 모두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정통 이탈리아 브랜드다.
▲ 피아트 판다. <피아트 이탈리아 홈페이지> |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독일에선 준중형 해치백 골프 8만1117대, 소형 SUV 티록, 준중형 SUV 티구안 순으로 자국 폭스바겐 차량들이 판매 최상위권을 석권했다.
한국차가 판매 1위를 차지한 유럽국가도 있다.
지난해 아일랜드에선 현대자동차 투싼이 5246대 팔려 현지 연간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스포티지도 3658대의 판매실적을 올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제외) 판매 비중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에선 테슬라 모델Y가 지난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전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스웨덴이 38.7%로 가장 높고, 2위 덴마크 36.3%, 3위 핀란드 33.8% 순이다. EU 전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4.6%다.
EU 비회원국인 노르웨이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80%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