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과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거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다져 친윤 당권 주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 장관은 출마선언에서도 당정관계의 중요성을 짚으면서 대통령의 정책을 잘 보좌해 여당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내보였다. 당내 친윤세력의 구심점을 자임하겠다는 의사로 읽힌다.
그는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출마선언 문자에서 “지난 총선 패배 뒤 대한민국과 당의 미래를 숙고한 결과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 뜻으로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받는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표 출신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원희룡 전 장관이 출마하게 된 배경에는 나머지 후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사실상 보내는 게 아니겠나”라면서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에 대해 견제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도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원 전 장관의 당대표 출마선언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웅 전 의원은 “원 전 장관이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모종의 확답을 받고 조직의 세를 업은 채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이와 같은 해석이 나오는 배경에는 그만큼 원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당 운영에서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친윤계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모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나 의원이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당권 경쟁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나 의원은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일요일에 출마선언을 한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줄 서고 줄 세우는 이런 정치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앞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특정 계파에 의존하는 잘못된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며 친윤계와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도 모였다.
나 의원은 "우리 당은 스스로 친윤, 반윤, 비윤 또는 친한(친한동훈) 등의 폐습과 과감하게 결별해야 보수 재집권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의원에 앞서 윤상현 의원도 20일 출마의사를 밝혔고 한동훈 전 위원장도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출마설이 돌았던 안철수 의원과 김재섭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진표가 확정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원희룡, 나경원, 한동훈, 윤상현 4파전 양상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7월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 80%와 국민 여론조사 20%의 룰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른바 당심과 여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공정에 의뢰해 지난 17~18일 무선 자동응답(ARS) 100% 방식으로 '국민의힘 당대표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국민의힘 지지층 375명에 물은 결과 한동훈 전 위원장은 56.3%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 원희룡 전 장관이 13.3%의 지지를 얻었고, 유승민 전 의원이 9%, 나경원 의원이 8.1%, 안철수 의원이 4.3%, 김재섭 의원이 1.3%, 윤상현 의원이 1.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만 18세 이상 일반 국민 1002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로는 한동훈 전 위원장이 28.8%, 유승민 전 의원이 28.7%, 원희룡 전 장관이 8.1%, 나경원 의원이 6.3%, 안철수 의원이 3.9%, 김재섭 의원이 3.7%, 윤상현 의원이 1.7%의 지지를 받았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전체 응답률은 2.3%였으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당원 가운데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친윤과 대결구도로 굳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는 끝까지 뚜껑을 열어보아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원 전 장관을 중심으로 친윤이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