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애플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AI) 기능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AI 스마트폰의 선두 주자 입지를 지키려는 삼성전자가 한숨 돌리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는 애플이 힘주고 있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기능(PAA)'에서는 밀릴 가능성이 높아 자체 AI 음성인식 비서인 ‘빅스비’의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공개한 AI 기능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중심으로 희석되고 있다.
애플은 세계개발자회의 행사 당일 △텍스트 요약 △메시지 작성 중 관련 이미지 생성 △작성글 말투 자동 변환 등 다양한 생성형 AI 기능을 아우르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했다. 이 기능은 9월 나올 신제품 아이폰16 시리즈에 실릴 것으로 보인다.
첫 발표 당시 애플 인텔리전스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인공지능 서비스인 갤럭시 AI와 비교해 큰 차별점이 없다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발표 당일인 현지시각 10일 미국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는데도 정작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1.91% 하락한 193.12달러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 '삼성모바일US' 계정을 통해 “‘애플’을 붙인다고 (기존 기술이) 새롭게 되거나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AI 세계에 진입한 걸 환영한다”고 비꼬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출시된 갤럭시S24 시리즈에 적용된 AI 기능을 앞세워 AI 스마트폰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음날인 11일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7.26% 상승한 207.15달러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시리의 높은 활용성이 뒤늦게 알려지며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자의 모바일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의 '텍스트로 전화받기' 기능. <삼성전자>
애플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시리에게 비행기 출발 시간이나 도착 시간을 물어보면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에서 정보를 추출해 알려준다. 특정 모드로 사진 촬영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복잡한 카메라 설정을 단번에 맞춰 카메라 앱을 켜주기도 한다.
올해 연말 애플은 오픈AI의 최신 멀티모달(다중 모드) 인공지능을 시리에 접목한다. 멀티모달 AI는 언어정보는 물론 이미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다른 앱과 현재 화면을 참조할 수 있어 AI 서비스의 활용성을 대폭 높인다.
반면 현재 삼성전자 빅스비를 비롯한 주요 AI 음성인식 비서는 아직까지 생성형 AI가 접목되지 않은 만큼 복잡한 명령을 처리할 수 없다. 외부 애플리케이션 참조기능도 제한적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 인텔리전스는 개인화에 초점을 둔 생성형 AI로 시리는 다양한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애플은 자사만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를 보유해 AI와 디바이스 내부 애플리케이션의 호환성을 높이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음성인식 인공지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12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시리 담당 임원인 무라트 아크바칵을 영입해 북미 AI센터 책임자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아크바칵은 애플에서 시리의 개인 맞춤 기능 개발과 함께 멀티모달 AI 개발을 담당했다.
시리 전문가 영입은 차세대 빅스비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 애플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7월 생성형 AI를 접목한 빅스비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 부사장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빅스비가 생성형 AI를 탑재하고 앞으로 더 스마트해질 수 있도록 빅스비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며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지고 생태계 안에서 삼성 제품을 지원하는 인터페이스를 마련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