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 애플이 6월10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인공지능(AI) 아이폰 전략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매출 대부분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애플의 AI 전략은 하반기 실적 방향성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첫 성적표를 받아드는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WWDC에서 공개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하반기 실적을 가늠하고 앞으로의 사업 전략을 수립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애플은 올해 9월 출시하는 아이폰16 시리즈의 수요를 기존 시장 기대보다 높여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공개되는 차세대 아이폰 인공지능(AI) 전략을 바탕으로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LG이노텍 >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아이폰16 올레드 패널 생산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억3300만 대로 시장 예상치 1억2천만 대를 웃돌 것”이라며 “아이폰16 패널 출하 계획 상향 조정은 하반기 출시될 신 모델에 대한 대기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이폰16 시리즈는 AI 기능에 특화된 애플의 첫 AI 폰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WWDC를 통해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18’을 공개하고, 아이폰16 시리즈를 비롯한 자사 제품에 대대적 AI 기능 업데이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도구, 웹사이트 내용 요약, 사진 편집과 자동 메시지 답장, 애플 시리 개선 등 기술이 공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iOS18은 애플 역사상 최대 iOS 업데이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OS18이 제공하는 AI 기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아이폰15 프로 이상 모델을 써야 한다.
이에 따라 아이폰16 시리즈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이폰 교체 수요가 생길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LG이노텍의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 소재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가운데 약 80%가 애플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이폰16 시리즈는 카메라모듈 업그레이드가 있어 LG이노텍의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여줄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16 시리즈는 프로맥스에만 폴디드줌을 탑재한 전작과 달리 프로 모델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디드줌은 프리즘을 이용해 빛을 굴절시켜 잠망경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또, 프로와 프로맥스 라인업의 초광각(울트라와이드) 카메라가 기존 1200만 화소에서 4800만으로 상향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3분기 광학솔루션 매출 기대치가 높아질 수 있다”며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8249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 관련 신기능은 소비자의 실망을 안길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블룸버그가 언급한 아이폰 신규 AI 기능은 삼성전자와 구글 등 경쟁 스마트폰에 이미 적용됐거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IT기업들이 상용화한 기술인 만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AI 기능은 과대광고(hype)에 불과하며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IT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AI 폰은 지나친 과대광고와 개인 정보 보호 문제로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 홍보물. <애플>
LG이노텍은 애플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의 부상으로 아이폰15 판매량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실적 감소 논란이 계속됐다.
실제 애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AI 기능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문혁수 대표는 고객사 다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대표는 올해 카메라 모듈 투자 규모를 줄이고 전장사업을 확대하는 등 스마트폰 고객사에 편중된 사업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광학솔루션 사업에 3830억 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를 진행하는데, 이는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1조7896억 원) 대비 8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또, 문 대표는 3월21일 서울 마곡에서 열린 제48기 정기주주총회 이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전장 사업 매출은 광학솔루션의 차량용 카메라를 포함해 2조 원대이지만, 5년 안에 5조 원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