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4-05-23 15: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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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음주 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을 받는 가수 김호중씨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김호중법’이 추진되고 있다.
김씨가 받는 혐의처럼 음주사고 수사를 방해하는 의도적 추가음주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 지적되던 운전자 바꿔치기도 엄히 다스리겠다는 것이다.
▲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왼쪽)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김호중법 이전에도 구하라법, 이선균법, 피프티피프티법 등 연예인 관련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이름이 붙어 알려진 법안들이 추진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렇듯 연예인 이름을 법안에 붙여서 부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판례법 국가인 미국에서는 특정인의 이름을 법안에 붙인 사례가 많았는데 이런 관행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예인 같은 유명인의 이름이 붙으면 사회적 현안과 관련해 여론의 관심을 얻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법무법인대진 고우리 변호사는 23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법안을 공식 명칭으로만 부르면 일반인들이 바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붙이면 당시 이슈가 되는 사안을 바로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현답 황찬근 변호사는 "기존부터 문제가 돼왔던 사안들이 연예인 사건을 계기로 화제가 되고 여론의 관심이 모이면 법이나 규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바라봤다.
대검찰청은 최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는 ‘사고 후 고의 추가음주’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사처벌 규정 건의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이를 놓고 언론에서는 김호중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김호중씨 사건이 음주운전 후 추가적으로 술을 더 마셔 음주측정시 신체에서 알코올이 검출돼도 ‘사고 후에 마신 알코올이 남은 것’이라고 주장하던 수사방해 관행에 대해 음주측정 거부와 동일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호중씨 사건 이후 ‘운전자 바꿔치기’를 사법방해로 규정할 것도 일선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중씨는 음주운전 사고를 낸 당사자임에도 소속사 대표의 지시로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의혹을 받아 오는 24일 서울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인터넷 상 여론도 김호중법 추진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포털사이트 김호중법 관련 기사 댓글에서 한 누리꾼(hss2****)은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시범 케이스로 확실하게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oksi****)는 "도망간 경우 최대 형량을 주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가칭 '구하라법')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김도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아래쪽 가운데)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렇듯 연예인 관련 사건은 사회적 관심을 높여 법 제정 추진으로 이어진 사례가 여럿 있었다. 걸그룹 카라의 멤버 고(故) 구하라씨 사건을 계기로 제안된 이른바 ‘구하라법’은 국회에서 상당한 진척을 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지난 5월7일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는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구하라법’)을 통과시켰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5월29일) 전 국회 본회의가 한 차례 남아 있어 최종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구하라씨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공무원 구하라법(공무원재해보상법, 공무원연금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공무원 구하라법에 따르면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사망한 경우 양육책임이 있는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심의를 거쳐 부모에게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민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배우 고 이선균씨의 이름을 딴 이른바 ‘이선균법’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고 이선균씨는 마약 혐의를 받아 수사를 받던 과정에서 피의 사실뿐 아니라 사생활이 지나치게 알려져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1월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 이선균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효하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2023년 8월29일엔 국민의힘 하태경의원이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피프티피프티법‘을 발의했다.
피프티피프티법은 '템퍼링(제3자가 연예인을 데려가기 위해 기존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만료 전 불법적으로 접촉하는 행위)'으로부터 중소 기획사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며 ‘중소돌(중소엔터테인먼트 아이돌)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피프티피프티는 소속사 어트랙트 측에서 해당 가수를 템퍼링하려는 외부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하며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예인 이름이 붙는 법안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수단에 머물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고우리 변호사는 “연예인 네이밍법은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연예인 이름만 남기고 막상 해당 법의 구체적 내용은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며 실제 법안 논의의 진척이 늦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