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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옹색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내년에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경고등도 켜졌다.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정 사장이 조직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경우 추가자금 지원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자금난이 가중될 경우를 대비해 마련한 비상계획 발동을 앞당기며 위기극복에 온힘을 쏟고 있지만 신규수주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비상에 법정관리 가능성 고개들어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기업활동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만 모두 9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내년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만 4천억 원이다.
하지만 당장 대우조선해양이 쥐고 있는 현금을 감안할 때 회사채를 제때 갚을 수 있을지를 놓고 부정적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말 기준으로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선박건조나 수주를 통해 현금을 주기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의 지원 없이는 회사채를 갚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데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정 사장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은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때 최악의 상황을 예측했는데 그보다 지금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며 “1조 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집행한 뒤 닥칠 유동성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유동성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가자금 지원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 원의 추가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다.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중단하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사실상 법정관리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실기했나
대우조선해양은 하반기 접어들며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앙골라 국영석유기업 소난골로부터수주한 드릴십 2척을 인도하지 못해 건조대금을 받지 못한 탓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6월과 7월에 각각 1척씩 드릴십을 인도해 모두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려 했지만 소난골이 경영난을 이유로 인도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다.
정 사장은 직접 소난골 경영진과 만나 인도시점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 사장은 지난달 4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기 위해 해외선주들에게 선수금을 조기지급해달라고 호소하며 가까스로 ‘9월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회사채들을 갚아나가기가 여전히 험난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규수주도 최악의 부진에 빠져 돈줄이 막혀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8척의 상선과 1척의 특수선을 수주해 모두 9억8천만 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주금액이 77.6%나 급감했다.
조선사의 특성상 신규수주를 통해 선수금을 받아 현금을 확보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신규수주 규모가 적다는 뜻은 그만큼 현금흐름이 막혔다는 신호다.
자산매각도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서울 본사사옥을 두고 10월 말까지 캡스톤자산운용과 매각협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1년 동안 인수후보자들이 인수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3번이나 협상대상자가 바뀌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도 본계약까지 험로를 걸을 가능성이 크다.
정 사장은 생산직을 포함한 명예퇴직 규모를 1천 명으로 늘리는 등 인원감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재의 절박함에 비해 감축규모가 적다고 지적하고 있고 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 정성립, 사실상 비상계획 발동 앞당겨
정성립 사장은 최악의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비상계획(컨티전시 플랜)을 사실상 조기에 발동했다.
비상계획은 정 사장이 채권단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때 경영난이 심각할 경우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방안이다.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이 계속 수주난을 겪어 매출이 연간 5조 원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올 경우 비상계획 발동을 검토한다.
하지만 정 사장은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해지자 미리 강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연말까지 1천 명을 감원하기로 하고 21일까지 생산직을 포함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최근 2천 명가량의 직원을 분사하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직원은 1만 명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정 사장은 그동안 정년퇴직자 등 자연감소를 이용해 2020년까지 직원을 1만 명 규모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지켜왔는데 그 시기를 대폭 앞당기려고 하는 것이다.
정 사장은 도크(선박건조대) 등 핵심설비를 매각해 생산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일감과 시장상황을 고려해 플로팅도크 3기 등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채권단의 눈높이에 맞게 몸집을 줄이는 모습을 보여줘 추가 자금지원으로 유동성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 풀이된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대우조선해양의 희망퇴직 규모가 1천 명 정도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상의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생존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문했다. 대우조선해양에 혹독한 몸집줄이기를 주문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