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을까?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삼성전자가 위기에 몰리면서 이 부회장이 보여줄 위기대응능력과 경영자질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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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번 사태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이끈다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회적 동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며 “사실상 최초로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로 글로벌 리콜을 실시한 뒤 추가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완전히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사고원인에 대한 미국당국의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소비자의 안전과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제조치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이 그동안 갤럭시노트7 리콜 운영방식 등 중요한 결정을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 등에 미루며 실질적 경영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고 파악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전에 냉장고 리콜 등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후속조치를 전두지휘하며 전면에 나섰던 점과 달리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사태가 점점 악화하고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태도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초로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맡는다. 회사의 중요 경영사항에 법적 책임을 지며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 관계자를 인용해 “갤럭시노트7의 완전한 판매중단 결정도 이 부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며 “보수적 대응을 원했던 경영진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의 CEO는 이 부회장과 직접 연락해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을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밝혔다. 이통사와 협력관계 유지에도 적극적으로 직접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판매중단과 환불조치 등 현안을 빠르게 마무리한 뒤 삼성전자의 실적과 브랜드이미지 회복 등 타격만회를 위해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이 스마트폰사업을 넘어 삼성전자 기업이미지 전반으로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삼성전자의 최우선 과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른 제품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소비자에 설득하는 것”이라며 “최초 리콜 때처럼 미흡한 설명이 나올 경우 브랜드이미지 손상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론조사기관 스프레드패스트는 소셜네트워크에서 갤럭시노트7을 제외한 삼성전자 브랜드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리콜 직전과 비교해 186% 증가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이런 악재를 만난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 위기대응능력을 증명할 경우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회적 동의와 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부회장이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어 경영자질에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응이 확실하지 않으면 의혹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는 “삼성전자가 발화사고 원인을 명확히 공개하고 이를 투명성 강화 계기로 삼는다면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