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신라가 면세유통부문의 부진 탓에 좀처럼 실적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신라면세점 모습. <신라면세점> |
[비즈니스포스트] 호텔신라가 면세점사업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에서 지난해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으로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체 실적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해외 공항점의 임차료 증가와 관광객의 소비 행태 변화 등을 살펴봤을 때 앞으로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2일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호텔신라가 앞으로 당분간 면세유통(TR)부문에서 실적을 정상화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호텔신라 분석리포트를 통해 “면세점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우호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실적 회복의 폭이 얼마나 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며 “여전히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의 매출에 따라 월별 등락이 크며 관광객들의 쇼핑 패텬 변화에 따른 면세 선호도 하락으로 과거과 같은 숫자로 반등할 지는 미지수다”고 바라봤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도 “실적이 회복되는 방향성은 맞지만 속도가 더디다”며 “중국인 입국자 수가 1분기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달러 강세에 따른 면세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 여행 패턴의 변화 등으로 관광객 매출이 기대만큼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면세유통부문의 실적 반등은 호텔신라에게 매우 중요하다. 호텔신라는 통상 전체 매출의 80~90%를 면세유통부문에서 내고 나머지 10~20%를 호텔&레저부문에서 거둔다.
하지만 호텔신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면세유통부문에서 부진하다.
면세유통부문은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하더라도 깜짝 실적을 내면서 호텔신라의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그러나 ‘악성 재고’ 문제가 발생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연속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더니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면세유통부문이 사실상 ‘어닝 쇼크’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3개 분기 연속으로 내면서 호텔신라 역시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실적을 3개 분기 연속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만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호텔신라는 1분기에 면세유통부문에서 매출 8307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37%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시내점과 국내외 공항점 매출은 각각 20%, 57% 증가했다.
외형 규모로만 봐도 과거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면세점사업이 한창 성장하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호텔신라 면세유통부문의 1분기 매출은 4천억~7천억 원 사이였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이와 비교하면 최대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돈을 제대로 못 번다는 것이 문제다.
면세유통부문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영업손실로 각각 163억 원, 297억 원을 봤다. 1분기에 낸 영업이익 59억 원은 2023년 1분기보다 77% 후퇴한 것이며 2020년 1분기 대규모 적자 이후 4년 만의 1분기 최소 영업이익이기도 하다.
영업이익률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
2017~2019년 사이 면세유통부문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0%대를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부터 최근까지 면세유통부문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 안팎이다.
물론 이런 흐름이 호텔신라 면세유통부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로 나가는 소비자뿐 아니라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면세업계에도 자연스럽게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1년 전부터 많았지만 실제로는 이런 흐름이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관광객들이 면세점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뷰티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더 의미 있는 특화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면세업이 소외받고 있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면세업계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소위 대기업 빅4 면세점 가운데 한 곳이 먼저 손을 들고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며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호텔신라 면세유통부문의 실적이 특히 부진한 배경에는 이용객 수 증가에 따라 해외 공항면세점의 임대료가 인상된 점도 있다는 점에서 신라면세점이 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에 해외 공항점에서만 약 영업손실 180억 원을 낸 데 이어 1분기에도 영업손실 100억 원가량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신라면세점의 부진에 호텔신라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2일 호텔신라 분석리포트 낸 증권사 가운데 절반가량은 호텔신라 목표주가를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9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신한증권은 기존 7만5천 원에서 7만 원으로 호텔신라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으며 KB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목표주가를 8천 원씩 내려 각각 7만 원, 7만5천 원으로 제시했다.
호텔신라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을 때인 2020년 당시 목표주가가 평균 8만~10만 원대에 형성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좋지 않다는 데 증권가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