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앞두고 가상화폐 투자자 사이에서는 중국계 가상화폐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국 본토 자금이 가상화폐시장 전반에 유입될지 예측이 엇갈리고 있어 실제 중국계 가상화폐의 시세 변동성이 커진다 하더라도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 30일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본격화하면 중국계 가상화폐 시세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계 가상화폐의 하나인 네오 엠블럼.
26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30일부터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본격 시작된다. 이에 따라 중국 관련 가상화폐들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비트코인 시세가 하락하고 있어 시장 상황이 안 좋지만 만약 시장 상황이 조금 호전된다면 중국 테마 가상화폐가 홍콩의 현물 ETF 거래 이벤트에 맞춰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실제 4월 초에 중국 자산운용사들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계 가상화폐들은 가파르게 시세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계 가상화폐로 분류되는 네오는 업비트 기준 1일 1NEO(네오 단위)당 2만4천 원대에 거래되다가 15일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3만5천 원까지 치솟았다.
네오는 중국 가상화폐 개발사 온체인이 2014년 발행한 가상화폐다. 온체인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국가표준 승인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중국계 가상화폐인 온톨로지도 1일 1ONT(온톨로지 단위)당 500원대에 사고팔리다가 23일 750원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온톨리지의 네트워크 안에서 사용되는 유틸리티 토큰인 온톨로지가스도 1ONG(온톨로지가스 단위)당 600원대에서 거래되다가 23일 1195원까지 급등했다.
이처럼 중국계 가상화폐 시세가 크게 요동친 것은 홍콩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현물 ETF와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중국 본토의 대규모 자본이 이번 승인을 계기로 전체 가상화폐시장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아직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 투자자들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직전 홍콩 현지에서 열린 홍콩 웹3페스티벌에 다녀왔던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홍콩 사람들보다 중국 본토에서 온 사람들이 더 많았다”며 “2017년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발행(ICO) 붐이 일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실제 투자로 이어진다면 비트코인 현물 ETF뿐 아니라 다른 가상화폐 시세 상승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가상화폐 서비스 제공회사 매트릭스포트는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 사이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통·선강통’ 시스템을 이용해 최대 25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의 중국 본토 자금이 가상화폐 현물 ETF에 투자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 중국 오성홍기와 홍콩특별행정구기. <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 본토 자금이 생각보다 가상화폐시장에 유입되기 쉽지 않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디지털자산위클리 보고서에서 “중국 본토 자금의 접근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의적 예측을 내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2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앞두고 중국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전하면서도 중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실제 투자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같이 중국 본토의 자금이 유입될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계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 현상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가상화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계속 좋지 않다면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중국 테마 코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가격 측면에 큰 변동이 없을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