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회장이 23일(현지시각)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인도를 방문해 현지 미래 성장전략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각) 인도 하리아나(Haryana)주 구르가온(Gurgaon)시에 위치한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현대차·기아의 업무보고를 받고 양사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어 정 회장은 타운홀미팅을 열고 인도 현지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정 회장의 인도 방문은 작년 8월에 이어 8개월 만이다. 현대차그룹으로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기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글로벌 모빌리티 주요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500만 대로 중국, 미국에 이은 견고한 3위를 유지했다. 그 가운데 승용차 시장은 410만 대 규모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대 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턴 최소 5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인도 방문은 인도의 급속한 변화 발전 과정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인도 사회의 중추적 모빌리티 기업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다양한 사업적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동시에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과 ESG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인도 고객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 인도진출 30주년을 맞는 현대차는 '모빌리티 혁신기업, 그리고 그 너머'를 목표로 2030년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단기간에 인도 주요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한 기아도 '기아 2.0' 전략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50만 대 생산 체제 구축, 전기차 라인업 확대 및 전동화 생태계 조성, SUV 리더십 강화, 인도 문화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우선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현대차는 푸네(Pune)에 20만 대 이상 규모의 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기아도 올해 상반기에는 생산능력이 43만1천 대로 확대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을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인수했다. 현대차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 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거점으로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천 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기아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에 첫 현지생산 전기차를 출시한다.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도 내년부터 현지에 최적화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함께 진행한다.
최근 현대차·기아는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 취지에서다.
▲ 정의선 회장이 23일(현지시각)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타운홀미팅을 마친 뒤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셀피' 요청을 받고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정 회장이 직접 제안한 현지 타운홀미팅은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 부사장 등 경영진과 400여 명의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임직원, 약 3천 명의 화상으로 실시간 연결된 첸나이·푸네공장 및 각 지역본부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의선 회장이 해외에서 직접 현지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운홀미팅은 인도 전 지역 직원들로부터 취합한 질문과 현장 즉석 질문들로 진행됐다.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면서 애초 1시간으로 예정됐던 일정이 30분 이상 연장됐다.
정 회장은 서두에서 지론인 '고객 지향 철학'을 강조하며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바로 고객이며,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인도에서 성장을 이뤄낸 성공요인에 관한 질문에는 인도 고객들의 신뢰와 현지 직원들의 헌신, 현대차의 기술력 등을 꼽았다.
현대차그룹에서 인도권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 경제 침체와 공급망 대란 등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경제발전이 가속화하고 있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권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의 전기차 사업 방향성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1996년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진출한 뒤 28년 동안 단단한 성장을 이어왔다.
2004년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단기간인 판매 5년만에 50만 대를 돌파했고, 2007년 100만 대, 2017년 500만 대를 거쳐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824만대를 기록했다.
기아도 2019년 첫 판매 이후 단기간에 연간 2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 3월까지는 양사 합산 전년보다 1.5% 증가한 22만6천 대를 현지에서 팔았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지난해보다 3.9% 증가한 89만2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