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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이미지. |
저예산영화 신작들이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이재용 감독, 윤여정씨 주연의 영화 ‘죽여주는 여자’와 김기덕 감독의 ‘그물’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사회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소재적 참신성과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기형적인 영화시장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죽여주는 여자와 그물이 각각 실시간예매율 8위와 10위에 올랐다.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예매율 1위로 올라섰고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는 3위로 내려앉아 흥행세가 한풀 꺾였다.
이날 전체 박스오피스 순위에서도 죽여주는 여자와 그물은 나란히 7, 8위를 차지했다.
5일 개봉한 ‘맨 인더 다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신작이 없는 비수기를 틈타 개봉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저예산영화는 말 그대로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를 일컫는다. 독립영화와 혼동해 쓰이기도 하지만 순전히 제작규모만 놓고 이렇게 분류된다. 현재 상영중인 아수라가 120억 원, 밀정이 140억 원 정도다. 한국영화계에서 10억 원 이하의 제작비를 들인 경우 저예산영화로 간주된다.
죽여주는 여자는 6일 개봉해 이틀간 누적 관객수가 1만1400명 남짓이다. 같은날 개봉한 그물은 누적 관객수가 1만 명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두 편의 신작 저예산영화가 극장가에서 반란을 일으킬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모두 해외영화제 등을 통해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은 수작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다.
죽여주는 여자는 ‘정사’ ‘스캔들’ 등을 연출한 중견 이재용 감독이 우리사회의 사각지대를 비춘 영화다.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주인공을 내세워 노인의 성, 빈곤, 삶과 죽음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을 담아냈다.
윤여정씨는 노인이면서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파격적인 역할을 소화해내 역시 ‘윤여정!’이란 찬사를 받았다. 그는 이 영화로 45년 만에 해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재용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100세 시대가 축복인지, 재앙인지를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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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감독이 9월28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열린 영화 '그물'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그물도 소재적 참신함이 돋보이는 영화다.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작품으로 배가 그물에 걸려 남한으로 넘어오게 된 북한 어부의 1주일 동안의 사투를 그린다.
김기덕 감독은 전작들에서 작품성에 대한 높은 평가와 별개로 대중적 호응을 받지 못한 적도 많았다. 그물은 김기덕 감독이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에서 사회적 문제로 시선을 돌린 점뿐 아니라 극도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배제한 담담한 화법을 구사해 눈길을 끈다.
저예산영화는 투자배급사의 자본에 휘둘릴 가능성이 낮다. 본전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어 독창성과 실험성이 발휘될 수 있다.
올해 한국영화계는 제작비 1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대작들이 흥행하면서 기형적인 관객쏠림 현상도 더욱 심화됐다.
한예리씨 주연의 영화 ‘최악의 하루’가 입소문을 타고 저예산영화로 5만 명을 돌파한 것을 제외하면 소리소문 없이 스크린에서 사라진 작은 영화들이 부지기수였다.
저예산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면 대작들의 스크린독식 현상도 다소나마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의 입장에서 좋은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얘기다.
또 톱스타급 남자배우들을 대거 내세우는 최근 흥행작 풍토에서 여배우 등 설 곳을 잃은 배우들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
또 다른 저예산영화인 ‘춘몽’과 ‘걷기왕’ 2편이 13일과 20일 각각 개봉해 관객들과 만난다. 걷기왕은 ‘써니’ ‘수상한 그녀’로 흥행배우 반열에 오른 심은경씨가, 춘몽은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 한예리씨가 각각 참여한 영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