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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혜선 "신격호 할아버지와 비밀 나눈 '베프', 창업주 정신 알리고 싶어"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4-16 14: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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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혜선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6022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격호</a> 할아버지와 비밀 나눈 '베프', 창업주 정신 알리고 싶어"
▲ 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은 앞으로 할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정신을 알리고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고 했다. 장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재단 사무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할아버지께서는 남들에게 하기 어려운 말을 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하셨어요. 저와 할아버지는 그런 점에서 ‘베프(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기억하는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모습이다. 장 이사장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맏딸로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다.

장 이사장은 2005년부터 신격호 회장이 별세하던 2020년까지 매주 두 차례씩 신격호 회장을 찾았다. 신격호 회장은 스무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우유·신문배달부터 시작해 롯데를 만든 뒤 국내 재계 순위 5위의 재벌기업으로 만든 성공한 창업가라는 말을 듣는다. 세상 사람들의 눈이 아닌 외손녀의 시선에서 본 신격호 회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할아버지는 늘 무언가를 읽던 분이셨어요. 책뿐만이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까지 글이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읽고 계셨어요. 이제 좀 그만 읽으시고 쉬시라고 잔소리를 해도 읽는 것이 더 좋다고만 하셨죠.”

가끔은 장 이사장의 잔소리가 불편했겠지만 신 회장에게 그런 외손녀의 존재는 내심 반가웠던 것도 같다. 

“할아버지께서는 남들에게 하지 못할 얘기를 저에게는 솔직하게 다 하는 편이었어요. 할아버지와 비밀 얘기를 나눈 것이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정도로 저희는 ‘베프’였습니다. 전 할아버지 얘기를 끝까지 들어드리는 역할을 했어요.”

세상에 알리고 싶은 간단한 일화라도 알려달라는 요청에 장 이사장은 “안 돼요. 그건 할아버지와 저만의 비밀이니까요. 절대 안 됩니다”며 웃었다.

장 이사장이 할아버지를 평소 얼마나 아꼈는지는 그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장 이사장이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진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9월 그는 첫 행보로 신격호 회장의 선영을 참배했다. 이후 롯데장학재단을 기존에 수여하던 장학금 명칭에 ‘신격호’라는 이름을 추가하며 창업주 정신을 기리는 일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도대체 신격호 회장의 어떤 모습이 장 이사장에게 인상 깊었던 것일까.

“할아버지는 늘 기업과 국민 얘기만 하셨어요. 제 눈에 비친 할아버지는 그저 ‘애국기업인’일 뿐이었어요. 특히 ‘기업이 잘 해서 국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와 같은 말씀을 매우 자주 하셨어요.”

신격호 회장의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에도 이런 고민들을 자주 엿볼 수 있다.

신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부로부터 한국에 대한 투자 요청이 들어오자 단번에 “그래야지요”라고 대답했다. 일본 사업이 잘 되고나서부터 한국 기간산업에 투자하고 싶은 열망이 많았다는 것이 회고록에 적힌 그의 생각이다.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시작해 기업을 일궈내신 점 이외에도 한국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셨던 점을 존경합니다. 세계에서 한국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랜드마크가 있어야 나라를 도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 3배나 많은 사업비가 든다고 해도 롯데월드타워를 지으셨어요. 우리나라를 널리 알리고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장혜선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6022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격호</a> 할아버지와 비밀 나눈 '베프', 창업주 정신 알리고 싶어"
▲ 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15일 롯데재단 사무실 복도에 걸린 낭독콘서트 '더리더' 포스터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런 이유에서인지 롯데재단은 조만간 신격호 회장의 삶을 모티브로 한 낭독콘서트 ‘더리더’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5월3~5일 연다.

더리더는 젊은 시절 문학도를 꿈꿨던 신격호 회장이 평소 즐겨 읽었던 작품이나 작가를 위주로 펼쳐진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안데르센의 소설 ‘인어공주’, 박목월의 시 ‘4월의 노래’ 등의 작품이 중심이다.

롯데재단 내부에서 우연히 창업주의 삶을 다룬 예술 공연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검토되기 시작했다. 약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쳤고 롯데재단은 제작비로 3억 원을 후원했다. 롯데재단은 후원자들과 협력기관 관계자, 롯데그룹 계열사 임직원 등을 위해 단체 티켓 구입으로도 공연에 힘을 보탰다. 

공연 제목인 더리더는 장혜선 이사장이 직접 지었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의 ‘더리더(The Reader)’와 경영자로서의 ‘더리더(The Leader)’라는 중의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물론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는 부족한 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비판받을 지점도 분명 있었고요. 하지만 항상 좋은 일을 하시고도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부끄러워 하셨던 할아버지의 긍정적인 모습도 이제는 알리고 싶어요. 살아계셨다면 극구 말리셨겠지만 이제는 제가 허락을 받아야 하는 형편은 아니니 조금 더 편하게 할아버지의 다른 긍정적 모습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장 이사장은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받은 정신적 유산 가운데 하나로 ‘현장경영’을 꼽았다.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재단 이사장과는 다소 결이 맞지 않는 정신이라 생각했는데 장 이사장은 오히려 재단 일에 현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재단이 캄보디아에 장학금뿐 아니라 학교 칠판을 지원한 것은 현장경영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 장 이사장은 지원을 결정하기에 앞서 직접 캄보디아 학교를 찾아갔는데 칠판이 없어 수업을 못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직접 칠판 구매를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재단 일을 할수록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더 깊게 생각하게 돼요.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을 돕는 데 그분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직접 가보지 않으면 그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어요. 단순히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지요. 할아버지 선영 묘비에도 ‘거기 가봤나?’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재단 활동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장 이사장은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신격호 정신’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훌륭한 리더 정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감과 동기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배울 점은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예술은 사람에게 쉽고 재미있게 그런 가치를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연스럽게 배울 점을 제시한다면 효과도 좋을 것입니다. 재단은 평소 소외계층 등 예술을 잘 접할 기회가 없는 분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좋은 기회가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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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다
풉.    (2024-05-03 16:3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