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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보급형' 현대차는 '고급형', 정의선 전기차 '투트랙 전략' 성공할까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4-04-09 17: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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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보급형' 현대차는 '고급형', 정의선 전기차 '투트랙 전략' 성공할까
▲ 제네시스 초대형 전기 SUV '네오룬' 콘셉트.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서로 상반된 전기차 전략을 내세워 시너지가 날 것인지 주목된다.

기아는 올해부터 저가 보급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현대차는 고가 고급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를 통해 2~3년 뒤 보급형 소형 전기차부터 고급형 대형 전기차까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 상반기 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기아 광명 2공장(광명 이보 플랜트)을 시작으로 2026년 초까지 모두 4개의 전용 전기차 공장이 잇달아 가동을 시작한다.

광명 이보 플랜트는 8개월 동안의 설비 교체 공사를 마무리짓고 올해 2월부터 시험 가동이 한창이다. 

올 6월 광명 이보 플랜트에 이어 올 10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HMGMA)이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이어 내년 7월엔 기아 오토랜드 화성 전기차 전용공장(화성 이보 플랜트)을, 2026년 초엔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차례로 가동한다.

다만 새 공장들이 생산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대표 모델들은 상이하다.

기아의 두 전기차 공장은 첫 보급형 전기차 모델과 첫 전용 목적기반 전기차(PBV) 등 실용성을 강조하는 차량을 생산하는 반면 현대차의 두 공장은 각각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첫 최고급 전기차 모델을 생산한다.

기아는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기존 전망보다 110만 대, 내년은 80만 대 감소하는는 등 2026년까지 수요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아는 캐즘(대중화 전 산업 수요 감소)에 빠진 전기차 시장에서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접근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광명 이보 플랜트는 올 6월 첫 보급형 전기차인 'EV3'를 생산한다. 내년 상반기엔 EV4도 생산 모델에 추가된다.

기아는 EV3 판매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출시 가격은 니로 EV보다도 1만 달러 가량 낮은 3만 달러(약 4천만 원) 수준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하반기 기아 광주 공장에선 최근 중국에서 먼저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 EV5도 양산을 시작한다.

이들 모두 현재 주력 전기차인 EV6보다 한 단계 낮은 3만~5만 달러 수준의 가격표를 달고 세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기아가 최근 개최한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송호성 사장은 "EV 라인업 전략은 기존 출시한 플래그십 EV 모델에 이어 EV 대중화 모델을 순차 투입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PBV 중점 모델인 PV5와 PV7 출시를 확정하는 대신, 볼륨 확보가 우려되는 대형 EV 2개 차종 투입 계획을 취소해 2027년 모두 15개 EV 라인업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고가 대형 전기차를 EV9 한 차종으로 유지하면서 보급형 라인업을 대폭 늘려 향후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기아는 '보급형' 현대차는 '고급형', 정의선 전기차 '투트랙 전략' 성공할까
▲ PV5 베이직 콘셉트카. <기아>
PBV는 기존 운전자 중심의 자동차 개념을 넘어 사용 목적에 초점을 둔 간결한 구조의 이동수단을 말한다. 차체를 움직이는 하부와 사람 또는 사물을 위한 상부로 자동차를 나누어 볼 때 상부 설계에 따라 다양하게 자동차 용도를 바꿀 수 있어 카페, 식당, 병원 등의 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내년 7월쯤 화성 이보 플랜트에선 기아의 첫 전용 PBV인 PV5가 생산된다. 

중형 PBV인 PV5는 라이드 헤일링(호출형 차량 공유),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소형 카고밴 등 다양한 운행 목적을 소화할 수 있다. 

기아는 그 뒤 대형 PBV인 PV7를 추가해 대형 물류회사나 모빌리티 기업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플래그십 전기차 '아이오닉9'를 내놓고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시장 경쟁에 뛰어든다.

미국 HMGMA와 국내 아산공장이 생산을 담당한다.

아이오닉9은 앞서 출시된 기아 EV9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만큼 그와 비슷한 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350Nm의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차체는 EV9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여 1회 충전 주행거리가 EV9(501km)보다 더 길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25년 완공되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이듬해 초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SUV 전기차를 생산한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이 모델로 고가 대형 SUV 전기차 시장에 첫 진출한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첫 대형 전기 SUV 모델의 콘셉트카 '네오룬'을 처음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이 대형 전기차로 내연기관차 시대엔 완전히 도달하지 못했던 최고급 럭셔리카 영역에 발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차량은 E-GMP가 아닌 차세대 eM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능과 디자인에서 혁신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eM 플랫폼 개발 목표로 E-GMP 대비 주행거리 50% 이상 개선, 운전대에서 손과 발을 완전히 뗄 수 있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 B필러(차지붕과 차체를 연결하는 2번째 기둥)를 없앤 양문형 도어 적용, 내장형 공기청정 시스템 탑재 등을 세웠다.

네오룬을 보면 차량 앞뒷 문(도어) 사이를 연결하는 B필러가 없고,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보며 열리는 'B필러리스 코치도어'가 적용됐다. 대표적으로 롤스로이스 차량에 적용된 B필러리스 코치도어는 전통적 차량 구조와 비교해 한층 개방적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네오룬의 1열 시트는 회전(스위블링) 기능을 갖춰 정차중일 때 시트를 돌려 공간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또 가변 디스플레이와 천장에서 펼쳐지는 후석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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