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태영그룹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는 제4기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태영빌딩 지하 1층 아트홀에서 진행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이날 윤 창업회장과 최금락 부회장, 김형민 기업혁신담당 기획실장 전무를 사내이사로 올렸다.
김 전무는 1991년 12월에 태어났고 윤석민 회장의 사위로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상무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최금락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문화방송 기자로 일했다. 이후 SBS에 입사해 보도본부장, 방송지원본부장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다. 최근 윤 창업회장을 도와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의 그룹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윤 창업회장은 이사회에 합류해 의장에 올랐고 유종연 사장이 기존대로 대표이사로 계속 일한다. 윤석민 회장이 맡고 있던 의장 자리를 아버지에게 넘긴 셈이다. 지난해 12월 윤 창업회장이 복귀를 결정하면서 대표이사를 맡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대표가 아닌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을 한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소집 권한이 있는 이사로서 논의되는 안건을 상정하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책임이 이행되고 있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윤석민 회장이 티와이홀딩스 이사회 의장으로 남은 채로 윤 창업회장이 대표이사가 되는 것이 구도상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윤 창업회장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방법도 있으나 분리돼있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를 합치는 일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퇴행하는 모양새가 된다.
윤 창업회장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실질적으로 태영그룹을 지휘하고 있다. 이후 12월28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올해 1월 4가지 자구안을 발표하며 회생 의지를 드러냈다.
태영인더스트리, 에코비트, 블루원, 평택싸이로 매각을 통해 1조5천억~1조6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태영인더스트리 1549억 원, 에코비트 지분 1조 원, 블루원 3천억 원, 평택싸이로 1천억 원 등이다.
사내이사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윤 창업회장의 이사 선임은 그동안 강조한대로 태영건설을 정상화 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창업회장은 필요하다면 SBS 지분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티와이홀딩스는 지난 2월 SBS지분을 담보로 채권단으로부터 4천억 원가량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태영건설은 산업은행으로부터 4천억 원 한도의 대출을 받으며 티와이홀딩스의 SBS지분 30.49%, 윤석민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지분 전량(25.2%)을 담보로 제공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는 난항을 겪고 있다. 윤 창업회장으로서는 워크아웃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자구안을 이행하는데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워크아웃 개시 3개월 후인 4월11일에 기업개선계획을 의결하기로 했지만 PF 대주단이 제출한 사업장 처리방안을 분석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실사법인의 요청에 따라 1개월 내에서 의결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태영건설 PF사업장 59곳의 향후 처리방안도 확정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PF 규모가 가장 큰 마곡 CP4 블록사업장은 2월26일 처리방안이 채권단에 제출돼 3700억 원 규모의 추가 출자가 결정됐지만 조달금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채권단은 8% 수준을 요구하고 있으나 태영건설은 과도하다고 맞선다.
부천 군부대 이전사업(네오시티)도 2025년 이전을 끝내고 2028년까지 4천 세대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사업 지속이라는 원론적 방침만 정해진 상태로 알려졌다.
▲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1월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마곡 CP4사업장 이자율 관련 합의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티와이홀딩스는 4월 안에 사업장 처리방안을 마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여기에 자구안 이행 절차도 미뤄지고 있다. 핵심은 자구안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에코비트 지분 매각이다. 에코비트는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종합환경사업체다.
매도-매수 희망가격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태영그룹은 매각가격으로 3조 원 이상을 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2조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체들이 환경사업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에코비트 실적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티와이홀딩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에코비트는 2023년 매출 6744억 원, 영업이익 1095억 원, 순이익 100억 원가량을 올렸다. 2022년보다 매출은 4.9% 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4%, 85.7% 감소했다.
태영그룹은 4월 중순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고 매각 절차를 본격화한다. 잠재 인수 후보로는 환경기업 운영 경험이 있거나 인프라 투자에 강점이 있는 IMM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맥쿼리자산운용, EQT파트너스 등이 꼽힌다.
에코비트 매각이 이뤄지면 자구안이 순조롭게 이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정부 정책도 건설업을 살리기 위한 긍정적 대책을 내놔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8일 비수도권에 집중된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세제 지원을 받는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10년 만에 되살리기로 했다.
기업구조조정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들한테 배당의 형태로 배분하는 회사형 부동산투자신탁을 말한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9개 리츠가 3404세대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운용했고 참여자들이 손실을 축소하거나 이익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브릿지론 단계(착공 전)에서 더이상 사업추진이 어려운 PF 사업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가 매입해 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한다.
윤 창업회장은 이날 이사회 의락 수락 소감을 통해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과 태영건설의 자구노력 등으로 어느정도 정상화의 서광이 비치고 있다”며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으로 앞장서 조속히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