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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vs영풍 주총 표대결 '무승부', 경영권 분쟁은 수면 위로 떠올라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4-03-19 16: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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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와 영풍 측이 배당안과 정관 변경안을 놓고 벌인 사상 첫 표대결이 무승부로 끝났다. 

다만 비슷한 우호지분을 가진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 측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일가 측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vs영풍 주총 표대결 '무승부', 경영권 분쟁은 수면 위로 떠올라
▲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와 영풍 측이 벌인 표대결이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를 계기로 양 측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 결산 배당 5천 원을 포함한 배당금 결의(제1호 의안)는 참석 주식수 62.74%의 찬성률로 고려아연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결산 배당을 주당 5천 원으로 결정하면서 작년 고려아연의 주당 현금 배당금은 총 1만5천 원으로 전년보다 5천 원 줄게 됐다. 고려아연 지분 7.49%(3월13일 기준)를 들고 있는 2대 주주 국민연금 역시 배당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를 놓고 고려아연은 "영풍이 주주권익 침해 논리를 앞세워 기말결산배당금 1만원을 요구해왔지만, 주주환원율이 76%를 넘는 상황에서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늘릴 경우 주주환원율이 96%을 넘어서고 이는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측 원안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바라봤다.

앞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은 이번 고려아연 주총을 앞두고 정관 변경 및 배당금 축소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사상 첫 표대결을 예고했다.

반면 특별 결의 대상인 '신주 인수권' 관련 정관 변경 의안(제2-2호)은 과반의 찬성(53.02%)을 얻었지만 영풍 측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때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관련 조항은 그대로 유지된다.

상법에 따르면 특별결의가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한다. 

이와 관련해 영풍은 "많은 주주들이 표를 모아 준 덕분에 주주권을 침해하는 현 경영진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고려아연은 "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고 영풍을 포함해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도입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는 안건이 과반을 넘는 주주들의 찬성에도 특별결의 요건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의 부결은 어느정도 예측된 상황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 참석율은 평균 90%에 못 미친다"며 "정관 변경안에 반대해온 영풍 측의 반대만으로도 사실상 안건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이 사상 첫 표대결을 펼친 이번 고려아연 주총은 형식상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다만 업계에선 물밑에서 진행되던 고려아연 측과 영풍 측의 주도권 싸움이 이번 주총 표대결을 계기로 분명한 모습을 드러내며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1949년 창업주인 고 장병희 명예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할아버지 고 최기호 명예회장이 함께 세웠다.

3세 경영에 들어선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나,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는 장병희 명예회장의 아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이끄는 영풍이다.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에서도 장 고문 측이 앞서왔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2022년부터 한화, LG화학 등과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현대자동차 그룹과는 해외 법인을 통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우군을 확보하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업계에선 현재 최 회장 측 지분율이 약 33%로 장 고문 측 지분율(32%)을 소폭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고문 측은 이 과정을 놓고 고려아연이 기존 정관 아래서도 사실상 국내 기업이나 다름없는 외국 합작법인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체 주식의 약 10%에 달하는 신주 발행과 자사주 매각, 상호지분투자 등으로 약 16% 상당의 지분을 외부에 넘겨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대주주인 영풍은 앞으로도 전체 주주의 권익 보호와 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배당 확대를 지속 요구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영풍은 이번 주총에서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고려아연의 배당금 확대를 요구했지만 이는 최대주주인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고려아연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일에는 영풍의 주주총회가 열린다"며 "주주환원율이 10% 수준에 그치는 등 부실한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비판도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주총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기치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해온 영풍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변경하는 안'이 부결된 것을 놓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이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취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차기 주총을 통해 관련 조항 수정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측은 "주총 표대결로 큰 관심을 끌었던 제50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정한 원안들이 대부분 통과되면서 기존 제련사업은 물론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과 경영방침, 주주환원 노력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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