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3월1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JENM 사옥에서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티빙> |
[비즈니스포스트] 티빙이 KBO리그(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경기 중계 수준이 야구팬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구독자를 끌어모아야 하는 티빙으로서는 뼈아픈 지점이다.
야구팬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중계 질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본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17일 콘텐츠업계에서 티빙이 서비스를 시작한 KBO리그 중계에 문제가 본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프로야구 중계는 티빙이 야심차게 뛰어든 사업이긴 하지만 티빙의 ‘본업’은 결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제공하는 일이다.
질 좋은 콘텐츠를 내놓는 일은 모든 OTT들이 공통으로 가진 과제다. 티빙으로서는 프로야구로 인해 새롭게 유입되는 구독자를 붙잡아두는 ‘록인효과’를 위해서라도 오리지널 콘텐츠가 중요하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콘텐츠 제작 시장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며 “엔데믹 상황에서 OTT 시청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콘텐츠 제작비가 덩달아 너무 많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고 싶으면 높은 제작비를 투자해야한단 얘기다.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 사업으로만 1년에 450억 원씩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있겠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는 본업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최 대표는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티빙이 KBO에 상당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오리지널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가져갈 것”이라며 “효율화할 부분은 효율화하고 투자할 때는 정말 제대로 투자하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 말대로 오리지널 투자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티빙으로서는 프로야구 중계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비즈니스포스트> |
최 대표 말대로 오리지널 투자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티빙으로서는 프로야구 중계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티빙은 3년 동안 중계권료로만 1450억 원을 지출한다. 이미 지난해보다 450억 원을 더 쓰고 올해를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판을 뒤집을 만한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면 영업손실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티빙은 2022년 영업손실 124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1177억 원이다. 콘텐츠업계에서는 지난해 티빙 적자 규모가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동안 3천억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 대표가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2년 동안 15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무시하면서까지 콘텐츠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최 대표는 12일 설명회에서 ‘광고요금제’를 여러 번 강조했다. 광고요금제와 프로야구 중계가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광고요금제와 프로야구 중계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티빙 광고요금제는 월 5500원이다. 중계권료 450억 원을 광고요금제로만 벌어들인다고 계산했을 때 1년에 818만 명이 티빙을 구독해야 한다. 한 달에 68만 명 꼴이다.
일각에서는 한 달에 68만 명이면 해볼만한 싸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그릴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가 올해 1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 프로야구 중계 동시 접속자 수 평균은 6만1천 명이다. 하루에 5경기가 열린다고 하면 하루 평균 30만 명 수준이다.
티빙은 계정 공유를 금지하지 않기 때문에 야구팬들끼리 계정을 공유할 가능성도 있다. 티빙 광고요금제는 동시에 2명까지 시청할 수 있다.
야구팬 68만 명을 티빙 구독자로 끌어들이는 것이 쉬운 목표는 아니란 얘기다.
450억 원 가운데 프로야구 중계 광고 판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있을 것이다. 광고 수익을 빼면 티빙이 끌어들어야 하는 야구팬이 월 68만 명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의미있는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려면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승부를 봐야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티빙이 1년 450억 원짜리 사업을 통해 적자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OTT가 투자를 줄이면 연쇄적으로 콘텐츠업계 전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최근 프로야구 중계 논란을 지켜보는 업계 관계자들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