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3-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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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개별요금제 확대를 통해 경쟁체제에 들어서고 있는 LNG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별요금제 확대는 지난해 민간기업 LNG 직도입 물량이 1천만 톤에 육박한 가운데 올해 초 민간기업의 국내 제3자 가스 판매를 허용하는 특별법이 마련되는 등 사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 따른 대응전략으로 읽힌다.
▲ 한국가스공사가 민간기업의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물량확대에 개별요금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17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2020년 발전용 액화천연가스 개별요금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가스공사와 발전기업들의 누적 계약 물량은 연간 400만 톤을 넘었다.
이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물량 계약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이뤄졌다.
한국가스공사는 2023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과 각각 연간 75만톤, 20만 톤 규모의 개별요금제 계약을 맺었다. 올해 2월에는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내포그린에너지 등과 각각 연간 44만 톤, 29만 톤, 10만 톤 규모의 개별요금제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개별요금제는 수요자와 개별 계약을 체결해 공급가격을 고객마다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제도다.
개별요금제에서는 수요자가 희망하는 물량의 규모, 가격, 계약기간 등을 반영해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평균요금제보다 저렴하게 발전사들이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연료와 설비를 동시에 공급받기 때문에 직수입을 선택하는 것보다 LNG 수급 유연성이 높다.
한국가스공사도 개별요금제를 통해 계약 물량에 대해서만 수급책임을 지는 만큼 무제한 공급의무를 지니는 평균요금제보다 발전용 가스 수요 변동에 대한 부담이 적다.
이 때문에 한국가스공사는 개별요금제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개별요금제 수요 확대는 가스공사의 설비 이용률 증가로 이어져 가스요금과 발전단가가 인하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구매 경쟁력, 가스공급 인프라 등 가스공사의 강점들을 적극 활용해 개별요금제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NG는 탈석탄화 과정에서 과도기적 에너지로 꼽히며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늘어나는 민간기업의 LNG 직도입과 민간기업의 제3자 판매를 허용하는 특별법 제정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요금제를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로 인해 감소했던 민간 LNG 직수입 물량은 지난해부터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 민간LNG산업협회가 12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산업 발전 및 글로벌 에너지 이슈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LNG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 민간LNG산업협회 >
민간LNG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22.9%를 기록했던 민간 직수입사의 LNG 도입 물량 비중은 2021년 18.8%, 2022년 15.9%로 감소했다.
다만 2023년은 전반적으로 2022년과 비교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하향 안정돼 직수입 물량도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천연가스 수입량은 4415만5천 톤이다. 한국가스공사가 공시한 지난해 가스공사 월별 판매량을 전부 더한 값이 3469만5천 톤인 것을 고려하면 21.4%에 해당하는 약 946만 톤의 천연가스가 직도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민간 직수입 물량 회복에 더해 민간 직수입사의 액화천연가스 제3자 판매를 허용하는 특별법 제정 또한 한국가스공사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1월9일 본회의를 열고 민간 액화천연가스 직수입 기업에 가스 비축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국내 제삼자에게 천연가스를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의원 185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3명, 반대 3명, 기권 29명으로 통과시켰다.
이 특별법은 2024년 2월6일 제정돼 2025년 2월7일부터 시행된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보장됐던 한국가스공사의 공급 독점권이 어느 정도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공공운수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6일 성명서를 통해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은 그동안 도시가스사업법으로 보장했던 한국가스공사의 공급 독점권을 훼손해 제삼자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이라며 “값쌀 때만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비쌀 때 모든 책임을 가스공사에 전가한 에너지 재벌 탓에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2조 원을 넘어섰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도 8일 한국가스공사 신용등급 보고서에서 민간기업의 LNG 직도입이 증가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한국가스공사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천연가스 도입 및 도매 사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점 △한국가스공사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저장기지, 배관망, LNG 운송선 등 기반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점 △직도입 대응 목적의 개별요금제 공급계약이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한국가스공사가 앞으로도 LNG 공급시장에서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개별요금제 수요 확대가 매출 증대 등 한국가스공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한국가스공사는 2월27일 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4조5560억 원, 영업이익 1조5534억 원, 순손실 7474억 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과 비교해 각각 13.9%, 36.9%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2023년 4분기만 놓고 보면 한국가스공사의 실적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4분기 매출 10조6092억 원, 영업이익 5296억 원, 순손실 6572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41.6%, 영업이익이 52.6% 줄었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