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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의 ‘학전’ 33년 만에 막 내린다, 김광석 조승우 황정민 '스타의 등용문'

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 2024-03-14 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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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민기의, 김민기에 의한' 공연장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이 '김민기를 위한' 공연을 끝으로 33년간 이어지던 무대의 막을 내린다. 

학전은 '아침이슬' '상록수'로 잘 알려진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문을 연 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등 수많은 스타배우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민기의 ‘학전’ 33년 만에 막 내린다, 김광석 조승우 황정민 '스타의 등용문'
▲ 김민기 학전 대표. <학전 홈페이지 갈무리>

또 1천 번이 넘게 공연했던 고 김광석을 비롯해 윤도현, 박학기, 동물원, 유리상자 등 가수들이 이곳을 거쳤고 4천 회가 넘는 공연으로 소극장 뮤지컬의 역사를 쓴 '지하철 1호선'의 터전이기도 했다.

14일 학전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15일 개관 33주년에 맞춰 폐관한다. 

설립자 김민기 대표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한 헌정공연을 끝으로 학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김 대표는 죽는 날까지 학전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재정난에 암투병까지 겹치며 학전의 폐관을 결정했다.

김민기 대표는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사람의 연주를 실제 보고 듣는 것이 독창성의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학전을 개관했다. 학전의 콘셉트는 ‘라이브 콘서트’를 내세운 생생한 공연이다. 
 
학전은 소극장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밴드를 도입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간의 교류와 접목을 통해 새로운 문화창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또 학전은 한국 사회를 면밀히 담아낸 공연들을 선보여 왔다.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뮤지컬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한국적 정서를 스토리와 노랫말에 녹여내며 한국적 뮤지컬 성장을 이끌어 왔다.

1994년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연주를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뮤지컬은 녹음된 반주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하철 1호선'은 라이브 뮤지컬로 시선을 끌었다.

게다가 김 대표는 독일 그립스 극단의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해 ‘지하철 1호선’의 장기 흥행을 이끌었다. ‘지하철 1호선’은 공연 횟수 4천 회, 누적 관객 70만 명을 기록하며 소극장 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라이브 콘서트’를 내세운 학전의 공연 정체성은 뮤지컬과 어린이극으로 이어졌다. 

학전은 2004년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등 매년 꾸준히 어린이 공연을 제작해 왔다. 

학전은 대한민국 공연계를 빛내는 인재로 키워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린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조승우, 황정민를 비롯해 유명 배우들이 학전을 통해 배출됐다. 
 
김민기의 ‘학전’ 33년 만에 막 내린다, 김광석 조승우 황정민 '스타의 등용문'
▲ 학전의 최초 라이브 뮤지컬이자 대표 공연인 '지하철 1호선'의 오디션은 스타들의 등용문으로서 기능해 왔다. 사진은 '지하철1호선' 공연 모습. <학전 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학전의 최초 라이브 뮤지컬이자 대표 공연인 ‘지하철 1호선’의 오디션은 스타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배우 설경구는 학전에서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지하철 1호선’에 캐스팅돼 배우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재즈 가수로 명성을 얻은 나윤선도 ‘지하철 1호선’을 통해 데뷔했다.

학전 작품 ‘의형제’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조승우는 최근 '한국뮤지컬어워즈' 시상식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21살 나이에 학전에서 무대가 주는 아름다움과 모든 것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며 “투병 중인 김민기 선생님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수 김광석 역시 학전이 낳은 최고 스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김광석은 학전에서만 1천 번 넘게 공연을 했다. 그의 콘서트는 공연장 문을 뜯어 관객을 추가로 받고 자리가 없는 관객은 무대 뒤에서 공연을 관람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학전 공간을 이어받아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와 어린이극 등 학전 기존 사업을 유지할 예정이지만 ‘학전’이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는 김 대표의 의사를 반영했다. 학전은 7월 이후 재개관한다. 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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