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의 수소차 투자가 미국 친환경정책을 타고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수소트럭을 포함한 친환경 운송사업 인프라에 2040년까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담은 중장기 전략 로드맵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수소트럭을 비롯한 수소 관련사업에 꾸준히 투자하며 북미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미국 정부의 정책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교통부와 에너지부, 환경보호청은 2040년까지 미국 주요 도로와 항구에 수소충전 네트워크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배출량 제로(0)를 위한 전국적 물류경로 전략’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로드맵은 구체적으로 어느 도로와 항구에 언제까지 수소 공급망을 설치할 지에 대한 계획을 4단계로 나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근거해 수소 관련 설비에 막대한 예산을 책정했다.
에너지부는 미국 내 7곳의 청정수소 허브(H
2 Hubs) 개발 및 수소 보급 가속화를 위해 2029년까지 모두 70억 달러(약 9조2천억 원)를 투자한다.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민간 분야 투자를 유치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연료마케터협회 시그마의 데이비드 피알코프 부사장은 블룸버그를 통해 “주요 운송 경로부터 정부 지원 우선순위가 정해지면서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냈다.
▲ 미국 바이든 정부가 2040년까지 4단계에 걸쳐 친환경 물류 인프라 구축을 하겠다는 내용의 전략을 내놓았다. 사진은 수소트럭이 다니는 주요 도로와 충전설비 설치 후보지를 표시한 지도. < 미국 교통부 > |
정부 지원 정책이 수소트럭 업계에 큰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 대형 트럭을 위한 수소 충전소는 전무하다.
주요 수소트럭 제조사들이 1~2년 내로 차량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충전 인프라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미국 당국은 보고서를 통해 “수소 연료 생산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들 또한 인프라 구축 일정에 맞춰 생산계획을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수소트럭을 비롯한 수소에너지 관련 사업에 꾸준히 투자해 온 현대차도 미국 정부 정책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해당 분야에서 북미 진출 계획을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중장기 목표인 ‘2025 전략’의 3가지 과제 가운데 하나로 ‘H
2 솔루션’, 즉 수소 생태계 및 이니셔티브 확보를 통한 연료전지 기반 수소 시장 선점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 5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친환경 운송수단 박람회 ‘ACT 엑스포 2023’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 양산형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는 미국 내 독자적 충전망 구축을 위해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전문회사인 퍼스트엘레먼트 퓨얼과 시범운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수소 관련 시장이 개막하는 시점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준비를 갖춰내고 있던 셈이다.
현대차 수소트럭 사업은 수소 충전 인프라 부족과 차량 가격 경쟁력 약화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세계 수소전지차량 판매량은 1만4451대에 불과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30.2% 줄어든 수치다.
이마저도 승합차 등 다른 차종까지 합쳐진 수치라 수소트럭의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 장재훈 현대차 사장(가운데)이 1월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 이즈 에브리 웨이(Ease every way)'를 주제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현대차가 그럼에도 수소트럭에 꾸준히 투자해 온 이유로는 수소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꼽힌다. 수소전지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 현대차의 차기 신사업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의 중장기 목표인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에 강력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최근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인수해 기술 개발과 생산을 일원화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미국 정부가 수소 인프라 설치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현대차가 시장 성장성을 확인하게 된 만큼 관련 사업을 육성하는 데 한층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전시회 CES2024를 통해 “수소 대중화가 어렵다 하고 사업이 언제 되느냐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현대차그룹은 사명감을 갖고 현재까지 조 단위 투자를 해왔으며 여러 부침이 있지만 (수소 분야 투자를) 과감하게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