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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가는 차'가 대부분인 브라질에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투입하는 이유는?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4-03-08 17: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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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가는 차'가 대부분인 브라질에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투입하는 이유는?
▲ 현대자동차가 브라질에서 판매하는 에탄올 혼합연료 차량 'HB20'. <현대차 브라질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자동차 내수 시장 규모 7위 브라질에서 판매 순위 톱5에 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대규모 친환경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전기차 전환이 늦은 브라질 현지 특성에 맞춰 중간단계인 하이브리드 차량 투입을 계획하고 있는데, 작년 기준 현지 점유율 5위인 현대차는 전기차까지 함께 판매한다는 전략을 들고나와 앞으로 현지 시장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시장조사업체 포커스투무브에 따르면 2023년 브라질 자동차 내수 시장에선 스텔란티스의 피아트가 47만5547대를 팔아 현지 판매 1위 업체에 올랐다. 2위는 폭스바겐(34만5014대), 3위는 GM 쉐보레(32만8047대)가 차지했다. 

현대차는 작년 브라질에서 18만6245만 대를 팔아 4위 도요타(19만2287대)에 이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스텔란티스 산하 지프(12만6386대), 프랑스 르노(12만6269대)까지 7개 업체가 현지에서 10만 대 넘는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브라질은 자동차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시장으로 꼽힌다.

휘발유에 흔히 술 원료로 쓰이는 에탄올을 비롯해 메탄올을 섞은 혼합연료차량(Flex-Fuel Vehicle, FFV) 판매 비중이 80%를 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세계 사탕수수 생산 1위 국가인데, 사탕수수로 만든 에탄올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시장 구조인 셈이다.

브라질 현지 자동차 모델별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는 차종은 피아트 스트라다, 폭스바겐 폴로, GM 쉐보레 오닉스, 현대차 HB20 등인데, 이들 차종 모두 FFV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국가 주도 수입 대체 산업화 전략을 펼친 브라질은 1970~1980년대 두 번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잉여 사탕수수를 활용한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정책을 지속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브라질 자동차 시장의 FFV 생산·판매가 크게 성장하면서 전기차 전환은 상대적으로 늦어졌다. 현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3년 기준 0.9%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12월 브라질 탈탄소 부문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사에 모두 190억 헤알(약 5조1천억 원) 규모의 감세와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MOVER, 무버)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그러자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브라질 현지 친환경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스텔란티스는 6일(이하 현지시각) 2030년까지 300억 헤알(약 8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스텔란티스는 브라질 자동차 판매 10위권에만 피아트, 지프, 푸조 등 3개 브랜드 이름을 올려 놓으며 현지 점유율 31.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FFV에 전기 모터를 추가한 하이브리드 FFV 모델 판매에 주력하고, 차후 전기차도 생산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첫 FFV 하이브리드 모델은 올해 말 출시된다.

앞서 지난 5일 도요타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주력 공장에 2030년까지 110억 헤알(약 2조9400억 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FFV 신차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2018년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모델에 기반한 세계 첫 하이브리드 FFV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고, 2022년 10월 인도에서 FFV 하이브리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폭스바겐도 2022~2026년 브라질에 70억 헤알(약 1조9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초 2026~2028년 브라질에 90억 헤알(약 2조4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첫 브라질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픽업트럭 등 4개 친환경차를 추가 생산한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1월 2028년까지 브라질에 70억 헤알(약 1조78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역시 지난달 23일 브라질 수소 등 친환경 분야와 미래 기술 등에 2023년까지 11억 달러(약 1조4514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브라질 현지에 최적화한 하이브리드 FFV 전용 파워트레인을 개발한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브라질 경쟁업체들과 달리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5 등 대표 전기차 모델을 현지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브라질에서 하이브리드 FFV 출시와 함께 전기차 판매 계획을 내놓은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브라질 전기차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2022년 브라질에서 판매된 전체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 판매 비중은 0.4%(8458대)에 그쳤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195.7%에 달했다. 작년 브라질 내수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판매비중은 0.9%로 다시 한번 배 이상 뛰었다. 특히 작년 12월만 보면 내수 전기차 판매 비중은 2.5%로 2022년 연간 수치의 6배에 달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는 이를 놓고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전기차 돌핀이 브라질에서 3만385달러(약 4천만 원)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출시하면 현재의 브라질에도 상당한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중국산 기아 EV5의 중국 현지 시작 가격은 14만9800위안(약 2700만 원)이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아직 브라질에 현지 전기차 생산기지를 구축하지 못한 만큼, 당분간 중국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2년 세계 올해의 차에서 3개 부문을 석권한 현대차 아이오닉5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그룹의 전동화 차량을 투입해 브라질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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