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주 기자 yjbae@businesspost.co.kr2024-03-07 16:15:06
확대축소
공유하기
▲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정재민 변호사를 만나 새로 출간한 그의 저서 ‘범죄사회’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 범죄 대응 시스템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해 성범죄 출소자의 거주 자유를 제한하고 사형을 집행해 흉악범을 엄벌해야 합니다.”
정재민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범죄를 줄이기 위해 견고한 범죄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정 변호사가 최근 책 ‘범죄사회’를 출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범죄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공론화하고자 했다.
6일 서울 서초구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정재민 변호사를 만나 새로 출간한 그의 저서 ‘범죄사회’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 범죄 대응 시스템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범죄사회 책 표지. <교보문고 갈무리>
-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범죄의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 내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
민주주의 사회가 파편화돼 있지만 주요 범죄에 대해선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일상화돼 있다. 생산적인 논의로 이끌어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번영해 나가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는 ‘제도의 차이’에 있다.
제도는 여러 측면이 얽혀 있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단순한 주장에서 나아가 수사, 재판, 교정, 범죄 예방, 입법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 신기술 활용 범죄에 수사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기술이 사회 시스템을 바꿔 오고 있다. 범죄집단도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빠르게 활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수사기관은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빠르게 변화하는 범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 우리나라 재판의 형량이 낮다는 비판과 사형에 대한 생각은.
“우리나라가 형량이 낮은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사정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형량이 낮지 않은 경우도 있다.
조두순의 경우 12년 형량이 낮은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반대로 우리나라 재판부가 때로는 너무 과도하게 처벌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쁜 사람도 정도에 맞게 처벌해야지 과도하게 처벌하면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또 판사들은 선례에 구속돼 형량을 너무 높게 구형하기 어렵다. 판사들은 수십 년 동안 쌓인 양형기준에 따라 구형하기에 판사 개인이 형량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없다.
형사절차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구형을 너무 높게 할 수 없는 사정도 있다.
다만 사형은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법위반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흉악범의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 법은 사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1997년을 마지막으로 올해 현재까지 집행하고 있진 않다.
▲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의 사는 듯 사는 삶은 위협받고 있다. 정재민 변호사는 그의 저서 '범죄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 범죄 이야기를 공론화하고 범죄대응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우리나라 교정 시스템에 대한 생각은.
“교도소에 보내는 것만 생각할게 아니라 범죄자도 결국엔 다시 사회에 돌아온다는 걸 기억해 교정을 통한 재사회화에 주력하고 재범율을 낮추는게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거 법무부 장관 시절 제안한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제시카법’은 범죄자 출소 이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범죄자 출소 이후에도 거주이전의 자유를 인정해 조두순과 같이 출소 이후 피해자와 한 동네에 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한국형 제시카법은 악성 성범죄자가 출사 뒤 학교나 보육시설 주변에 살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 성범죄 예방과 관련해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 제도의 실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 제도는 실제 효과가 있다. 전자발찌는 2008년 시행 이후 재범율이 14%에서 0.7%로 떨어졌고 화학적 거세도 현재 50여 명을 상대로 시행한 결과 재범이 전혀 없었다.”
정 변호사는 삶의 모토가 ‘사는 듯 사는 삶’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사는 듯 사는 삶’이란 직장에서 열심히 했던 일이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때,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비 오는 날 계곡물처럼 콸콸 서로 말이 잘 통할 때처럼 소소한 일상들이다.
- 사람들이 사는 듯 살기 쉬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입법을 추진해야 할까.
“‘사는 듯 사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사람들이 범죄를 안 저지를 것이고 따라서 그런 삶을 살 수 있는 기본법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프라이버시가 중요해지는 등 시대가 변화한 만큼 쓸모 없어진 법들을 정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정 변호사는 ‘범죄사회’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으로 늘어난 현 상황에 맞게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고 할 때 사람들은 은연 중에 ‘인간도 물건이 아니다’는 생각도 갖게 돼 사회 범죄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 범죄사회 프롤로그 가운데 한 구절. <교보문고 갈무리>
정재민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3년을 공무원으로 살았다. 그중 절반을 판사로, 절반을 법무부·방위사업청·외교부 등 정부중앙부처에서 일했다.
법무부에서는 최초의 판사 출신이자 최장기 법무심의관으로서 인격권·퍼블리시티권·디지털콘텐츠계약법·상속법개정안 등 20여건의 법안을 마련했고, 송무심의관으로서 전국의 국가배상소송과 공정거래, 조세, 각종 취소소송 등 행정소송을 총괄했다.
판사로서 형사재판을 담당했던 이력과 법무부를 비롯한 '범죄'에 관해 전문적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tvN <알쓸범잡>, SBS <지옥법정>, <런닝맨>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범죄가 우리 사회 한편의 이야기임을 알리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3월 로펌을 설립해 개개인의 삶을 밀착해서 보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