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그동안 ‘넥서스’ 브랜드로 출시했던 자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픽셀’로 일원화하고 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하드웨어 기업으로 거듭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구글은 운영체제와 콘텐츠 플랫폼, 하드웨어 개발을 모두 수직계열화해 스마트폰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갖춘 애플과 같이 변신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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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다 피차이 구글 CEO.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7일 “구글이 공개를 앞둔 ‘픽셀’ 브랜드 스마트폰은 애플로 거듭나겠다는 구글의 강력한 의지를 대변한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모두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10월4일 출시행사를 열고 픽셀과 픽셀XL 두 종류의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이 유력하다. 가격은 애플 아이폰7과 같은 649달러부터 책정돼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그동안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를 탑재해 출시하는 ‘넥서스’ 브랜드 스마트폰 개발을 삼성전자와 LG전자, 화웨이 등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맡겨왔다.
올해 새 브랜드로 재편된 픽셀 시리즈 역시 대만 HTC가 제조해 판매한다. 하지만 구글은 이전과 달리 제품개발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가 최근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구글이 하드웨어 개발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런 계획이 픽셀 시리즈에 반영된 셈이다.
포브스는 “구글은 스마트폰 브랜드를 재편하며 제품 디자인과 제조과정에 모두 적극 참여하는 변화를 보였다”며 “가격도 이전보다 높이며 제품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스마트폰에 이어 픽셀 브랜드의 태블릿과 노트북 출시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넥서스 태블릿과 크롬북 등 자체개발 하드웨어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인터넷과 가상현실 등 구글의 신사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5월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기기, 가상현실기기 사이의 연동을 강조했다.
구글의 가상현실 플랫폼 ‘데이드림’은 안드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세계 제조사가 만든 기기에 설치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만 사용가능한 ‘기어VR’보다 범용성이 높다.
구글이 하드웨어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은 애플과 같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스마트폰 ‘아이폰’과 전용 운영체제 iOS, 콘텐츠 플랫폼을 모두 수직계열화한 효과로 강력한 생태계 경쟁력을 갖춰 지속적인 사용자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생태계의 영역을 사물인터넷과 자동차용 운영체제 등 신사업으로 확대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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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공개를 앞둔 새 스마트폰 '픽셀'. |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을 픽셀 브랜드 스마트폰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애플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구글이 스마트폰의 제품경쟁력을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전략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픽셀 시리즈에 안드로이드와 별도로 개발하고 있는 새 운영체제를 적용하거나 안드로이드에 탑재되는 새 기능을 자체개발한 스마트폰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수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안드로이드에 운영체제를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구글이 자체 하드웨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런 전략을 이어간다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스마트폰시장이 운영체제 경쟁력을 확보한 애플과 구글의 양강체제로 재편되며 제조사들이 차지하는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바이스뉴스는 “구글이 그동안 삼성전자 등에 내줬던 안드로이드의 주도권을 다시 빼앗아오려 하고 있다”며 “제조사들이 자체개발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대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