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과 유동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우건설도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한 만큼 다른 건설사들처럼 주주환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5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28일 서울 중구 사옥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제24기 재무제표 및 연결제무재표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의결한다.
대우건설이 2022년 중흥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도 2년 연속 배당에 관한 사항이 주주총회 의결 사안으로 올라오지 않은 것이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시사한 차등배당 역시 건설업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차등배당은 최대주주 몫을 줄여 일반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을 늘리는 정책이다. 제한된 배당여력 안에서 일반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충족하는 방법이다. 이런 주주환원정책은 대주주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해 긍정적 투자 요인으로도 작용하기도 한다.
대우건설은 2009년 회계연도 주당배당금 50원을 지급한 이후 무배당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대우건설을 품고 있었던 산업은행은 배당에 관해 부정적 태도를 보였고 2010년 이후 대우건설이 상법에서 정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당가능이익이란 재무상태표에서 순자산액(자본)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합계액, 결산기에 적립해야 할 이익준비금 등을 뺀 금액을 말한다. 상법에서 회사의 부실을 막기 위해 주주에게 실제로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을 규정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중흥그룹 편입 이후 상법상 배당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그럼에도 무배당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배당재개를 기대한 소액주주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에 있을 때만 해도 건설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특히 2006년 배당성향은 38.7%를 기록해 다른 대형건설사보다 2배 가까운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조에 발맞춰 대형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는 점은 정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2023~2025년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환원(최소 주당 2천 원)하고 있다. 지난해 결산배당은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배당을 각각 250원씩 올려 2250원, 2600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2026년까지 보유한 자기주식을 모두 소각한다.
DL이앤씨는 2024~2026년 연결 순이익의 25%(현금배당 10%, 자사주 매입 15%)를 주주환원으로 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보다 주주환원율을 10%포인트 늘린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을 600원에서 700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3개년 중장기 배당정책에 따라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GS건설은 2026년까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건설업황 불확실성에도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다만 정원주 회장과 대우건설 경영진은 위기 대응을 위해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건설은 2023년 2월 울산 동구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 후순위 대출보증(브릿지론)440억 원을 자체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시공이 끝난 뒤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에 손해를 줄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1월3일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푸르지오아트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우건설>
또한 지난해 4분기 미분양 매출채권 1100억 원을 대손상각비로 잡았다. 미분양 주택 관련 매출채권 가격을 판매 가능한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설정해 선제적으로 비용을 반영한 것이다.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외부요인으로 인한 수익성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기본에 충실하고 역량을 객관적으로 다시 점검해 수익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이런 기조에 따라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을 176.8%로 2022년 말(199.1%)와 비교해 22.3%포인트 개선했다.
또한 같은 기간 건설업 뇌관으로 지목되는 PF 보증잔액도 1조1879억 원에서 1조541억 원으로 줄였다. 특히 미착공 PF 잔액이 9649억 원에서 6793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정 회장이 목표로 하는 부채비율 100%와 아직 거리가 있지만 보수적 사업기조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건설업황이 어려워 당장의 현금 활용을 통한 주주환원이 어려운 사정이 있는 기업이 있을 것이다”면서도 “건설은 사이클 산업이라 업황이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서 의미 있는 주주환원은 기업가치를 크게 상승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