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닛케이 지수가 고공행진해 과열 구간에 접어든 가운데 올해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 긴축 가능성이 높아지자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도 상대적으로 주가가 선방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들을 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 올해 들어 질주하던 닛케이225 지수가 결국 22일 버블 시기 전 고점을 돌파했다. |
22일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2.24% 상승한 3만9120.60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버블 최고조 시기이던 지난 1989년 12월29일에 세운 종가 기준 전 고점(3만8915.87) 기록을 34년 만에 경신하게 됐다.
닛케이는 올해 들어 줄곧 52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행진을 이어온 결과 이날까지 총 16.90% 상승했다.
그 배경엔 완화적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수출 개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 신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시행에 따른 개인투자자 증시 유입, 정부의 주주환원 제고 요구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증시에 꾸준히 투자해 온 일학개미들로서는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닛케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21.7배로 2008년 이후 평균(18배)을 웃돌며 과열 구간에 진입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BoJ가 올해 안으로 초 완화 금리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긴축 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과열된 증시에 금리 충격이 전해지며 조정 장세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닛케이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볼 때 통화정책 변동 시 지수 조정이 동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일부 업종은 높은 주가수준에 따른 부담, 금리정책 변동 등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으면서 구조적으로 장기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우선 반도체 업종을 들 수 있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유인책으로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또한 미중패권 경쟁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일본 반도체 산업에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산업 본격화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일본 반도체 업종은 특히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이들 종목 수혜 기대감이 생겨나는 이유다.
실제로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디스코코퍼레이션, 호야 등 일본 반도체 종목들은 타 업종 대비 주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일본 반도체 종목들은 글로벌 환경 및 정책 모멘텀이 반영돼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등 일본 소부장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
다만 일학개미들이 개별 종목을 선정하는 데엔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일본 반도체 업종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ETF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는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제조 및 소부장 종목 30~40개에 투자한다. 이 가운데 장비 종목의 비중이 약 60%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일본의 종합상사 업종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사업 다각화 노력이 성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사실상 일본의 전반적인 무역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이에 워렌 버핏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일본 5대 종합상사의 평균 12개월 선행 PER도 10.6배 수준으로 과거 고점 대비 매력적인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을 담고 있는 ‘NF TOPIX-17 Commercial & Wholesale Trade ETF’는 상사 및 도매 업종 174개 종목에 투자한다. 버핏이 지분을 보유한 5대 종합상사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75%가량으로 버핏의 노선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은행 업종도 추천 대상에 포함됐다.
BoJ의 긴축 노선 선회에 따라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은행 업종의 수익성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 은행 업종은 일본 증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
대표적인 일본 은행주 ETF로 ‘NEXT FUNDS TOPIX BANKS ETF’가 있다. TOPIX 은행 지수를 추종하며 미츠비시UFJ, 미츠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일본 대형 은행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반영돼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