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4-02-21 14: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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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2022~2023년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도 뚜렷하게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기 만료 1년을 앞둔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인공지능(AI)과 자동차용 전장(전자장치) 부품 분야에서 실적 반등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만료 1년을 앞둔 만큼 악화한 실적을 반등시켜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삼성전기>
21일 삼성전기 안팎의 전망을 종합하면 지난해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던 회사의 실적 부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회사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가 세계 IT 수요 감소에 따라 아직 공급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의 MLCC 공급량 가운데 중국 비중이 약 50%를 차지하는데, 중국 스마트폰 등 IT 기기 시장이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하는 전자부품으로, 부품 사이의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줘 스마트폰과 PC, 서버,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서 널리 쓰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세계 MLCC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7% 감소한 1조1103억 개 수준”이라며 “다가오는 2분기에도 노트북과 일반 서버에 들어가는 MLCC 수요는 보합세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는 IT 수요 침체에 따라 최근 2년간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2023년 영업이익은 6394억 원으로 2022년 대비 45.9%나 하락했다. 2022년에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0.4% 감소한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한 것이다.
취임 3년차를 맞은 장 사장에게 올해 실적 반등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장 사장 임기는 2025년 3월이다.
전임 대표였던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3년차에 삼성전자로 이동했는데, 장 사장 역시 삼성전자 출신이다.
장 사장은 AI와 전장에서 반등의 기회를 찾고 있다. 스마트폰, PC, 일반 서버에서 MLCC 수요는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AI 서버와 전장 시장은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AI·전장·서버 등 성장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강한 사업체질 구축이 필요하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 차별화로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MLCC가 3배 이상 들어간다.
▲ 삼성전기의 소형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삼성전기>
최근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전기차 못지 않게 MLCC가 많이 들어가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 SoC(시스템온칩)의 성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구조적으로 소형·고용량 MLCC 탑재가 늘고 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용 MLCC가 전체 MLCC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0%에서 2024년 25%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서버의 MLCC 탑재량도 일반 서버 대비 약 2배 많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한 서버 구축에 따라 MLCC 업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루플루 바타카리야 연구원은 AI 서버 시장이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5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 17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 5.5%보다 9배 가량 빠르게 시장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24'에서 시작된 '온 디바이스 AI'에 대한 시장의 우호적 반응도 삼성전기 MLCC 사업에 긍정적 요인이다.
온 디바이스 AI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성능의 MLCC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현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모바일에 생성형 AI 등 신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공간 내 고용량 MLCC를 탑재해야 한다”며 “프리미엄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고사양 MLCC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