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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 부동산 PF엔 4가지 원칙 없어, 대출연장 아닌 토지수매 필요"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2024-02-20 16: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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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 부동산 PF엔 4가지 원칙 없어, 대출연장 아닌 토지수매 필요"
▲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실(사진 오른쪽) 주최로 2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PF 부실방지 대안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갖춰야 할 원칙적 특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PF 부실방지를 위한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최근 태영건설 사태처럼 반복해 발생하는 부동산 PF 부실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부동산 PF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PF는 △자산이나 사업을 기반으로 한 대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의 독립성 △장기 자금 투자 △참여 주체들이 리스크와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 등 4가지 원칙을 지켜야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광수 대표는 “우리나라 부동산 PF는 사업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PF 주체도 독립적 법인체가 아니다”며 “그러다보니 장기자본이 아니라 ‘빚을 빚으로’ 막는 구조가 형성돼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국 미분양 아파트 데이터를 토대로 현재 부동산 PF 문제가 과거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 부동산 PF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6만6천 가구였는데 지금은 데이터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약 6만 가구밖에 안 된다”며 “아파트가 팔리지 않다보니 ‘땅만 사놓은 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한 PF 대출 잔액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껏 정부가 단기적 정책이나 지원에 집중했기 때문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근본적 문제해결이 되지 않았으므로 과거와 다른 인식과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을 모았다.

우선 PF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절한 개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동 폭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장] "한국 부동산 PF엔 4가지 원칙 없어, 대출연장 아닌 토지수매 필요"
▲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광수 대표는 부동산 PF 문제의 단기적 해결방안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땅을 정부가 매입하는 ‘토지수매’를 제안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확보한 토지를 공공주택을 공급할 때 활용하거나 판매해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훈 민주화를 위한 모임 민생경제위원장도 이 대표가 제시한 토지수매 방안을 비롯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PF 사업을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대출 연장 등으로 시간을 끌수록 문제해결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이강훈 위원장은 “사업을 못하게 됐을 때 이걸 붙들고 대출을 연장하면 문제 해결은 안 되고 곪게 된다”라며 “(부실 PF 사업이) 결국 시장에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매입할 땅의 가치를 판단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광수 대표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례에서도 (정부가) 태영건설의 사업에 대해 (적절성이나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 역량이 없으니 대주주가 얼마를 내냐 마냐에 논의가 집중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주택보급률이 높아진 만큼 그동안 ‘부동산은 만들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급 위주의 사고에서 ‘수요 위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또 부동산 PF와 관련한 건설회사 책임부분에 대해 일정부분 회계적 리스크를 반영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광수 대표는 “시행사와 금융기관, 건설회사 세 주체 중 가장 중요한 건 건설회사다”라며 “그런데 건설회사가 지금 부동산 PF에 대해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태영건설만 봐도 자산이 1조원인데 부동산 PF가 10조 원이다. 이런 회사가 외국에서 어떻게 상장이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변동 폭을 완화해야만 부동산 PF 문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이날 토론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장] "한국 부동산 PF엔 4가지 원칙 없어, 대출연장 아닌 토지수매 필요"
▲ 김하영 전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김하영 전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취득했다가 분양가가 하락하자 사업성이 악화되는 게 PF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PF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정부가 가격상승기에 무분별한 사업추진을 억제하고 부동산 가격 사이클을 최대한 평탄화(덜 오르고 덜 떨어지도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진단에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역대 정부들이 부동산과 건설시장의 침체가 경기 전반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부동산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완화에도 우려를 표했다.

임재만 교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전매제한 폐지, 실거주요건 완화는 수분양자 돈으로 건설사,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는 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하는 잠재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하영 교수도 정부가 부동산 침체기에 주택공급 확대를 기조로 삼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정부는 2023년 9월 부동산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에서 수도권 신도시 3만 호를 포함해 약 12만 호 규모의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을 때 주택공급을 증가시키는 건 PF 대출 부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은 “부동산 PF 문제는 저출생과 청년들의 미래까지 연결돼있다”라며 “토론 내용을 정책과 제도, 법안에 모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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