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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4-07-31 18: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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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다  
▲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21년 험난한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 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리겠다”는 국민과 약속을 미완으로 남긴 채 자유인으로 돌아갔다.

◆ '저녁이 있는 삶' 돌려주지 못해 송구

손 고문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저는 정치를 떠난다”며 정계은퇴 뜻을 밝혔다.

손 고문은 이 자리에서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이었는데, 이번에 저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인은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신념이며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생활철학"이라며 “책임정치의 자세, 민주당과 한국의 정치변화와 혁신이라는 차원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정계은퇴가 순리를 따르고 정치인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손 고문은 그 동안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민여러분께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현 정치권에 대한 일침을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서 "저의 정계은퇴를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 당원과 국회의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손 고문은 이로써 21년 정치역정을 마치고 자유로운 시민으로 돌아갔다. 7.30 재보선에서 수원병(팔달)에 출마해 ‘사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였으나 지역유권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돌려세우지 못했다.

그 동안 재보선의 달인으로 불렸던 손 고문도 전통적 여당의 텃밭을 뛰어넘지 못하고 새누리당 정치신인 김용남 후보에게 득표율 8%포인트 차이로 자리를 내줬다.

◆ 보수와 중도 아우른 야권 '잠룡'

손 고문은 1993년 정계에 입문해 3선 의원을 지냈다. 1993년 민주자유당으로 입당해 경기 광명을 재보선에서 당선돼 14대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았다.

1996년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1년간 재임하다 15대와 16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민자당 대변인,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을 거쳐 2002년에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손 고문은 2007년 17대 대선을 9개 월여 앞두고 한나라당 경선과정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손 고문은 이후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며 경선에 도전했으나 정동영 당시 상임고문에 패했다.

손 고문은 한동안 칩거하다 정계에 복귀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되며 2012년 민주통합당 통합을 주도했다. 그는 18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다시 대권도전에 나섰으나 문재인 후보에 밀려 후보 자리를 내줬다.

손 고문은 서울대 정치학과 시절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졸업 후 빈민운동을 하다 1년간 투옥된 적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정계에 입문하기 직전까지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손 고문은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경력을 지녔음에도 정계입문 뒤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로 온건 개혁파, 합리적 중도주의자로서 이미지를 구축했다.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적임자라는 평가 속에 야권 잠룡 대열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 "잔머리 굴리지 않는 대인"

하지만 그에게 항상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손 고문은 ‘원죄’를 씻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이 때문에 당의 어려운 요청에 거절하지 못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에게 패배를 안겨준 2011년 분당을 재보선 출마를 했던 것도, 이번 재보선에서 지역구를 옮겨 수원병에서 출마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손 고문의 수원병 출마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의 우려가 많았다.

진보논객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조차 지난 14일 트위터에서 “잔머리 굴리지 않는 대인”이라며 선당후사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손 고문이 수도권 벨트에서 야권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정계입문도 경기 광명 보궐선거 출마로 시작했고 그 뒤에도 보궐선거 때마다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평우 전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부자가 50년을 지켜온 여당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결국 화려한 정계복귀의 꿈을 접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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