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지난해 5818억 원의 영업 적자를 거둔 데 이어 올해도 흑자 전환이 불투명해 보인다.
올해 7조5천억 원 가량의 배터리 설비투자 계획을 실행하려면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한데, 안팎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적지 않은 경영부담을 올해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 SK온의 흑자전환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최재원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시설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따르는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온은 올해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전기차 판매 감소에 따른 배터리 판매 부진이 가장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돼 배터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료 금속가격이 떨어지는 데 따른 제품 판가 하락과 부정적 래깅효과(원재료 구입과 제품 판매 사이에 시차에 따른 효과)도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해 들어서는 금속가격 하락세가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하향 추세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용식 한화증권 연구원은 “SK온은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어려워 보인다”며 “금속 가격 하락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감소는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판매량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온도 올해 실적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2023년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재고 소진에 따른 출하량 증가, 금리하락, 전기차 신차 제품 확대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매출 증가와 원가 개선 등의 수익성 개선 작업으로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온은 지난해 2022년 실적 설명회에서는 연간 기준으로 2023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흑자전환, 2024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회사 측이나 증권업계가 제시한 전망보다 실제 실적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에는 적어도 분기 기준으로는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적잖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실제 4개 분기 내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올해 신년 메시지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대내외 경영환경은 쉽지 않다”며 “우리는 2024년을 글로벌 경쟁자들과 어깨를 겨루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톱 기업으로 전진하기 위한 ‘도움닫기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본격적인 사업 도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각형과 원통형으로 배터리 형태를 다양화하고, 고객사와 접촉을 넓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S 2024에서 글로벌 잠재 고객사 관계자들을 잇달아 접촉하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온 측은 그가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으로 끼니를 떼우며 현장에서 연속 회의를 이어가는 강행군을 했다고 설명했다.
▲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월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LG전자 부스에서 회사 관계자로부터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SK온 >
올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배터리 설비투자(CAPEX)를 위한 자금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올해 설비투자에 약 7조5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은 포드, 현대차그룹과 각각 진행하고 있는 북미 합작 생산시설 구축에 설비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미국 에너지부가 제공하는 저금리 정책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한편 재무적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도 SK온은 재무적 투자자 유치와 차입 등을 통해 8조 원 넘는 자금을 조달해 설비투자에 활용했던 만큼, 올해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금조달 여력이 이전과 같을 지는 미지수다. 지속된 적자로 영업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데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상항에서 재무적 투자자들도 미래 성장성만 보고 선뜻 자금을 빌려주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령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한다 해도 이전보다는 불리한 조건에 투자를 받을 공산이 크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SK온은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진행 중인 설비투자를 멈추기 어렵다”며 “올해 배터리 관련 투자규모는 7조 원을 웃도는 만큼 재무 안정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