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여전히 의료계의 반발이 강력해 이를 넘어설 지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2020년 당시처럼 의대 증원 규모만 내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의견수렴 절차를 충실히 거친 데다 필수의료제도 개선 등 정책 보완도 함께 추진해 의대 정원 확대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풀이된다.
▲ 보건복지부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
보건복지부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를 열어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전체 증원 규모를 발표하면서 지역별·대학별 정원은 확정하지 않았다. 보정심은 정부 부처 인사를 비롯해 의사, 병원, 환자, 의료소비자, 전문가 등 25명이 참여해 보건의료 현안을 논의하는 심의기구다.
이번 발표 뒤 복지부와 교육부가 각 대학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이르면 4월 중으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 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동결된 이후 19년 만에 다시 확대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단체행동을 불사할 뜻을 보이며 4년 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당시와 마찬가지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력한 데다 관련 절차도 충실하게 준비해 이번에는 의대 정원 확대가 무난히 실현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조사를 실시해 약 2천 명의 증원 수요를 파악했다. 이뿐 아니라 의사 수급에 관한 조사도 진행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35년 의사가 1만5천 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의사 1인당 진료수는 6113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88명)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00명 증원이라는 숫자만 제시했던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의대 수요와 통계에 기반해 증원 규모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 이번 의대 증원 추진은 보건복지부의 '의료정책패키지’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는 점도 과거와 구분된다.
의료 정책패키지는 △의료인력 확충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의료사고 공제·보험 가입 전제 형사처벌 면책 특례 도입 △10조 원 이상 필수의료 분야 집중 보상 등을 포함한다.
의대 증원 정책안이 현실화될 만한 정치적 환경도 유리하게 조성돼 있다.
2020년에는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의대 증원을 추진했는데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이 의사단체와 연계해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반면 현재는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어 찬성 입장인 민주당의 협조를 얻기가 수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의사단체 가운데 일부에서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이는 곳도 나온다.
대한병원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대증원 문제는 단순히 의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감소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및 의료수요 변화와 이공계열, 기초과학 분야 인재 이탈 등 여러 사회적인 영향의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향성에 공감하지만 일정한 조건들이 충족된 다음에 이뤄져야 인력증원을 하려는 목적에 맞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론도 의대 정원 확대에 우호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지난해 12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국민들은 의사 증원에 ‘찬성’(89%)하고 필수진료의사 부족 현상 개선 필요에도 ‘공감’(93%)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의대 정원 확충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게 잘한 일” “의사 지들이 응급실 근무인원 부족하다는 거 인정하면서 이러는게 말 되는거임? 국민건강을 미끼로 밥그릇 싸움이라니” 등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렇듯 정부가 의대 증원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확정까지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넘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단체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에 복지부는 전공의들이 파업할 경우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정했다. 의료계 파업에 대해 여론의 지지가 낮은 점도 복지부가 강경 대응방침을 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보건의료노조가 작년 12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5.6%는 '의협이 진료 거부 또는 집단 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최종 확정해 필수의료 확충과 의료 사각지대 해소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