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1-26 10: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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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온라인 마권의 정식 판매를 향해 신중하지만 묵묵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 회장은 온라인 마권 발매에 더해 다양한 사업 추진으로 말사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1월4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본관 문화공감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26일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이번 달 27일부터 28일까지 온라인 마권 발매 시범운영 참여자 1380명의 추가모집 신청을 받는다.
이번 추가 모집을 통해 온라인 마권 발매 범위가 비수도권 사업장 이용고객까지 확장된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12월15일부터 서울경마장과 온라인 마권발매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나 그 대상은 수도권 사업장을 이용하는 고객 9천 명으로 한정됐다.
지난해 12월21일 진행된 '2023년 제14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 시범사업을 6월16일까지 단계별로 확대 시행하고 6월21일부터 정식운영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온라인 마권 발매 원년인 올해에는 사업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는 2024년 온라인 마권발매 발매금액 목표를 35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2024년 예상 마권 발매금액 6조8천억 원과 비교하면 5%남짓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륜과 경정의 온라인 매출 비중과 비교하면 매우 낮고 경마에 배당된 온라인 매출 총량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김진세 국민체육진흥공단 팀장이 주저자를 맡아 한국스포츠엔터테인먼트법학회에서 2023년 8월 발표한 ‘사행산업 경주류 온라인 발매제도 도입을 위한 일부개정법률 비교 고찰 및 정책 제언’ 논문에 따르면 온라인 경륜·경정의 매출 총량은 전체 경륜·경정매출 총량의 50%이며 경마에 허용된 온라인 매출 총량은 전체 매출의 10%이다.
국무총리 직속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매년 각종 사행산업들의 영업장 숫자, 매출액 규모 등에 관한 총량을 조정하고 있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한국마사회의 숙원 사업이다. 국회는 지난해 5월25일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본회의 통과시켰다.
정기환 회장은 4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본관 문화공감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은 경마 정상화와 매출 회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해”라며 “숙원사업이었던 온라인 발매 시행을 위한 한국마사회법 개정을 완료하고 시범운영까지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자축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디지털 기반의 고객 서비스 환경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마사회는 2022년 7월부터 전자카드 4.0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용역 공고를 냈다. 마사회는 11일 공고한 ‘한국마사회 정보화전략계획(ISP) 및 차세대 전자카드 시스템 구축방안 수립’ 제안요청서에서 온라인마권 발매를 위한 차세대 전자카드 및 IT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안요청서에는 “2024년 온라인 발매 본격 시행을 대비해 중장기 정보화 전략계획 재수립이 필요하다”며 “민간 영역의 비대면 모바일 업무영역 확대 및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높아진 고객 눈높이에 맞춘 이용자 맞춤형 전자카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에 따라 커지는 불법 경마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마사회는 2023년 12월 온라인 마권발매 시범운영에 맞춰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온라인 불법 경마를 뿌리 뽑기 위한 집중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세부 실행과제로는 △불법사이트 자동탐지 시스템 고도화 △불법 경마 집중 단속기간 운영 △온라인 마권발매 이용 및 불법동향 모니터링 강화 △온라인 불법 콘텐츠 차단확대 등이 추진된다.
▲ 한국마사회가 구축한 온라인 불법 경마 집중 대응체계. <한국마사회>
아울러 정 회장은 한국 경마의 고품질화, 축제화를 추진해 온라인 마권발매에 따른 부정적 인식 개선에도 나섰다.
마사회는 4일 발표한 2024년 경마시행계획에서 올해의 과제로 고품질화와 축제화를 꼽았다.
고품질화를 위해 시즌제 경마체계의 기틀을 마련한다. 그랑프리 등 주요 대상(大賞) 경주를 3월에서 11월 사이에 개최해 연도 대표마 및 최우수 국산마를 그랑프리 종료시점에서 누적승점을 기준으로 선발하도록 바꿨다.
해외경주 입상 인센티브를 늘리는 한편 1월, 2월, 12월에는 1등급 경주에 레이팅 상한을 둬 국내 최우수마들의 해외 원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일반 대중이 경마를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매년 2회 봄철 벚꽃축제와 가을시즌 코리아컵과 연계된 야간 경마도 실시한다.
경기 과천에 위치한 렛츠런파크는 야간 벚꽃명소로 유명해져 매년 20만 명이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이를 기회 삼아 행사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경마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로 했다.
일반 국민이 경마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면 한국 경마의 도박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건전한 여가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경마산업 중흥을 위해 일본 경마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떠오른다.
일본 경마가 다른 국가에서는 위기였던 코로나19를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은 배경에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바탕으로 무관중 경기를 계속 개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경마중앙회(JRA)에 따르면 2020년 매출은 2조9834억 엔(당시 환율로 30조7081억 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3.1% 늘었다. 한국마사회의 2020년 매출이 2019년 매출(7조3937억 원)의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1조1018억 원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경마는 건전한 경마 문화 정착에도 성공했다. 일본에서 경마가 일반적으로 즐기는 여가 문화라는 인식이 정착할 수 있었던 데는 JRA가 오랜 기간 공을 들인 홍보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JRA는 경주마들의 일생을 배경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좋은 서사 스토리를 만들어 마케팅을 해왔다.
지방경마에서 중앙경마로 올라온 경주마에게 기득권에 도전하는 언더독 이미지를 부여하고 경주마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황제’, ‘이차원의 도망자’ 등 별명을 붙여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스타 기수를 육성한 것도 일본 경마를 향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JRA는 타케 유타카, 크리스토프 르메르 등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기수들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