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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과 화해한 쿠팡, CJ제일제당과는 '냉전' 지속하는 이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1-15 15: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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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거래를 장기간 중단했던 제조사들과 하나둘씩 다시 손잡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햇반전쟁’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과도 화해할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움직임을 살펴볼 때 쿠팡에서 햇반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과 화해한 쿠팡, CJ제일제당과는 '냉전' 지속하는 이유
▲ 쿠팡이 크린랲, LG생활건강 등과 거래를 재개하면서 CJ제일제당과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연합뉴스>

무엇보다도 두 회사가 서로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두 회사의 협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지점으로 꼽힌다.

15일 쿠팡과 CJ제일제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두 회사는 거래 재개와 관련한 협상을 오랜 기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크린랲, LG생활건강처럼 오랜 기간 거래를 중단했던 제조사를 대상으로는 거래 재개를 위해 주기적으로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때로는 제조사가 먼저, 때로는 쿠팡이 먼저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쿠팡과 제조사 모두 거래 재개를 위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쿠팡과 CJ제일제당은 협상을 진행하자는 의사를 서로에게 전달하지 않은 지 오래 됐다.

두 회사의 갈등은 2022년 11월 CJ제일제당이 쿠팡의 납품가 인상 요구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쿠팡이 CJ제일제당 대표 상품 발주를 중단하면서 쿠팡 로켓배송에서 햇반과 비비고 등의 상품이 사라지게 됐다. 

이후 얼마나 오래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는지는 함구하고 있어 정확한 기간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두 회사의 협상이 단순히 중단된 상태가 아닌 사실상 결렬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거래 재개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최근 쿠팡이 LG생활건강 제품을 로켓배송으로 다시 판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은 2019년 4월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 거래 관계를 끊었다. LG생활건강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의 불공정 거래 혐의를 신고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두 회사가 서로 합의점을 찾아내면서 조만간 쿠팡에서 LG생활건강 제품을 로켓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쿠팡에서 LG생활건강 제품이 직매입을 통해 판매되는 것은 약 4년9개월 만이다.

쿠팡은 4년 동안 거래를 중단했던 크린랲과도 지난해 8월 거래를 재개하기로 한 바 있다. 크린랲에 이어 LG생활건강과도 화해하면서 앞으로 CJ제일제당과도 화해하고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관계를 쿠팡과 LG생활건강, 쿠팡과 크린랲의 관계와 비슷하게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두 회사의 관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두 회사 모두 서로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지 않는 관계가 돼버렸다”며 “CJ제일제당은 쿠팡이라는 유통 채널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으며 쿠팡 역시 CJ제일제당 없이도 호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 모두 서로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에 납품이 끊긴 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다. 네이버와 G마켓, 11번가, 컬리, 티몬 등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과 협업해 CJ제일제당 기획전을 진행한 것을 두고 사실상 ‘반 쿠팡연대’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쿠팡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사몰인 CJ더마켓의 역량도 강화했다. CJ더마켓에 밤 11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해주는 익일 배송 서비스 ‘내일 꼭 오네’를 도입한 것은 쿠팡에게 밀리는 배송 역량을 보완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됐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쿠팡의 판매자스토어에 입점해 주요 제품을 잘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LG생활건강과 화해한 쿠팡, CJ제일제당과는 '냉전' 지속하는 이유
▲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서로가 서로를 덜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 CJ그룹 >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인 ‘햇반 백미밥(210g, 24개)’를 보면 쿠팡에서 평가된 누적 별점 건수만 36만 건에 달한다. 쿠팡이 직매입해 파는 상품이 아닌 탓에 주문한 다음날 바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여전히 많이 찾고 있는 상품임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CJ제일제당이 굳이 쿠팡에 공급가를 낮춰가면서까지 직매입 협상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CJ제일제당 측의 입장이다.

쿠팡도 CJ제일제당을 덜 필요로 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보인다.

실적만 봐도 쿠팡은 이미 올해 3분기 내내 선전했다. 매 분기마다 영업이익 1천억~2천억 원가량을 냈을뿐 아니라 매출도 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웠다.

유료 멤버십 와우멤버십 회원 수도 이미 1천만 명 이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데다 이들의 객단가도 매 분기 30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없이도 이미 충분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CJ제일제당의 상품을 로켓배송하기 위해 저자세로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CJ제일제당을 특별대우하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다른 제조사와 협상에서도 쿠팡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만 커진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 CJ제일제당 제품을 직매입으로 확보한다면, CJ제일제당이 쿠팡이라는 유통 채널을 확보한다면 둘 다 서로 좋아진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하지만 누군가 하나는 아쉬운 소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둘의 사이가 단기간에 좋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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