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4-01-14 16: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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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전원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이 격랑에 휩싸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격랑에 휩싸였다.
차기 회장 과정에서 '공정'을 화두로 내세웠던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가 개시됐기 때문이다.
후추위는 흔들림 없이 회장 선출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사법리스크는 후보 추천 위원의 자격 논란으로 번지며 회장 선출까지의 일정을 의지대로 밀고나가기 더욱 힘든 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포항이전범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의 취지로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을 보면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을 비롯한 16인의 피고발인 명단에 포스코홀딩스 사회이사이자 후추위 멤버 7인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책위는 지난달 7일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냈고 사건을 이첩 받은 수서경찰서는 피고발인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등도 명단에 포함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앞서 최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지난해 8월6일~12일 5박7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열었는데 이 일정에 약 6억8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해당 비용은 사규에 따라 포스코홀딩스가 집행해야하지만 자회사인 포스코와 포스칸이 각각 3억1천만 원, 포스코가 2천만 원을 나눠서 집행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경찰은 캐나다 이사회에 참석한 현직 교수 출신 사외이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참석자들은 캐나다 이사회 기간에 최고급 호텔에 묵고 호화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후추위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작년 8월 캐나다에서 개최된 포스코홀딩스 해외 이사회 중에 비용이 과다하게 사용됐다고 하는 최근 언론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하며 그 비판하는 취지를 겸허하게 수용해 앞으로 더욱 신중할 것을 다짐한다"면서도 "포스코 그룹의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엄정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은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끌고 나갈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후추위 위원들과 함께 더욱 자중하며 낮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후추위 전원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본궤도에 오른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외부 영향 없이 밀고나가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 후추위는 지나나 10일 제5차 회의를 열고 1차 심사와 외부전문기관의 평판조회를 통과한 '내부 롱리스트 후보자' 7명과 1차심사를 거친 '외부 평판조회 대상자' 15명을 결정했다.
후추위는 1월 안에 내·외부 후보군 인사를 대상으로 5명 안팎의 숏리스트를 추리고 2월 중으로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최정우 현 회장이 내부 1차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을 놓고도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의 압박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최 회장은 재임 기간 2차전지소재사업을 비롯한 신사업을 키워 포스코그룹 주요 상장사 시가총액을 3배가량 늘린 바 있어 후추위 선정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았다.
기존에는 포스코 사규에 따라 임기 만료를 앞둔 현직 회장은 연임에 도전하려면 주주총회 90일 전까지 의사를 밝혀야 했다.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하지만 지난달 19일 새로 마련한 지배구조 개선안에 따라 현직 회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자동적으로 진행되게 됐다. 현직 회장이 우선 심사받을 권한이 없어지면서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다만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포스코 CEO 후추위가 공정하고 주주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 투자자와 시장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후추위가 대부분 최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로 구성된 점을 지적하며 최 회장의 재연임에 사실상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박 위원장은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것"이라고 밝혔지만 후추위는 김 이사장의 인터뷰 6일 만에 최 회장은 내부 회장 1차 후보군에서 빠졌다.
후추위는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 관련 후보군 명단을 철처히 비공개로 하며 외부 영향을 차단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실제로 후추위는 절차 밖의 외부 입김을 등에 업은 인사는 1차 후보군에서부터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 호화 해외출장과 관련한 사법리스크는 후추위 위원으로서의 자격 논란으로 이어져 회장 선출 일정을 의지대로 밀어붙이기 더욱 힘들어지는 계기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일각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KT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번 해외 이사회 논란을 놓고 국민연금이 포스코에 추가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최대주주가 지분 6.71%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으로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다. 이로 인해 포스코홀딩스는 금융지주회사 등과 함께 지배구조분산기업, 즉 '주인없는 회사'로 불린다. KT 역시 대표적 주인없는 회사중 하나다.
KT는 작년 8월 말 김영섭 대표이사를 선임하기까지 8개월가량 CEO 공백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연임의사를 밝힌 뒤 이사회에서 연임 적격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KT 대표이사 선발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구 사장은 후보군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그 뒤 KT 대표이사 최종후보에 올랐던 윤경림 전 트랜스포메이션부문 사장도 지난해 3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 대표이사가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자진사퇴했다.
결국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진을 새로 구성하고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연임우선심사제도를 폐지하며 현직 대표도 다른 후보들과 함께 심사받도록 제도를 수정한 뒤 8월 말에야 LGCNS 사장 출신 김영섭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
이에 이번 경찰의 수사가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캐나다 이사회 관련 고발장을 낸 대책위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후추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은 사외이사들 자신"이라며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들은 이미 후추위 자격을 스스로 박탈했는데 어떻게 '엄정한 심사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