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은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KFC 치킨박스를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형 후배가 여기 사장인데 이 친구 온 뒤로 많이 바뀌었어”라며 “너희들도 한번 먹어봐”라는 글을 올렸다.
KFC코리아 사장이 신 대표라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퍼졌다.
신 대표는 직접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형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충성!”이라며 “더 맛있고 더 멋진 KFC 꼭 만들겠다”는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신 대표의 정 부회장에 대한 감사 표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정 부회장의 게시글 이후 KFC 배달 매출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알린 뒤 11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와 노브랜드피자 제품 사진을 여러 장 올리며 이번에는 정 부회장의 작품인 노브랜드를 추켜세웠다.
신 대표는 “가성비란 진짜 맛있어야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가심비란 진짜 또 먹고 싶어야 생기는 감정입니다. ‘성공하는 밥집’은 가성비와 가심비가 뜨겁게 느껴져야 합니다”라며 “역시 노브랜드버거, 노브랜드피자는 가성비와 가심비 밥집의 성공 방정식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브랜드의 철학이 아마도 ‘모든 것을 고객에게 철저하게 돌려준다’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고 많이 배웠다”며 #햄버거는노브랜드버거 #피자는노브랜드피자라는 해시태그도 달아놓았다.
어떤 일에서 서로 다 이롭고 좋다는 뜻에서 쓰이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 대표가 사실 정 부회장과 밀접한 인연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 대표는 1978년생으로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회계학 학사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컨설팅기업 AT커니에서 시니어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17년 버거킹코리아 운영사인 비케이알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를 지냈다. 신세계그룹과 연이 닿은 것은 2021년 9월 이마트24 마케팅담당 상무로 입사하면서부터다.
그마저도 2년도 못 갔다. 신 대표는 이마트24에서 2023년 4월까지 일한 뒤 5월 바로 KFC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KFC를 언급하는 동시에 신 대표를 ‘형 후배’라고 챙기는 모습에서 신 대표의 사기도 덩달아 높아진 모양새다.
사실 이런 소소한 사건보다도 신 대표에게 더욱 중요한 일은 따로 있다. 바로 가맹사업 도전이다.
KFC코리아가 한국에 진출한 시기는 1984년이다. 처음에는 두산그룹이 맡다가 사모펀드 CVC, KG그룹의 품을 거쳐 현재 사모펀드 오케스트라PE가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항상 직영점 형태로만 매장을 운영했다.
그런 KFC가 한국에 진출한지 40년 만에 가맹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은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이사(사진)는 지난해 10월 KFC한국 진출 40년 만의 가맹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신 대표는 지난해 10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KFC가 드디어 가맹사업을 시작한다”며 “더 많은 고객님과 KFC 팬을 찾아뵙기 위해 가맹사업을 시작한다”며 가맹사업을 홍보하기도 했다.
KFC코리아는 현재 1분기에 KFC 가맹점 1호점을 낸 뒤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전국 약 200개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월 평균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낸다”며 “서울과 경기 이외의 지역에서도 탄탄한 매출을 내고 있다”며 가맹상담 접수도 받고 있다.
KFC코리아가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면 치킨·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KFC코리아가 그동안 국내 사업에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은 바로 적은 매장 수였다.
다른 프랜차이즈들은 전국에 최소 수백 개부터 많게는 1천 개 이상의 매장을 깔아놓고 있지만 KFC는 200개가량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접점이 많지 않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쉽지 않았다.
KFC코리아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낸 배경이다.
2021년 순이익 6억 원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022년에도 순이익 35억 원을 냈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실적이 한참 뒤처진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영업이익으로 따져도 2021~2022년에 번 돈이 10년 전인 2013년의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사업을 통해 매장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발판을 만든다면 연매출 2천억 원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FC코리아의 실적도 점차 좋아질 수 있다.
KFC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가맹사업 접수 현황과 가맹 1호점 개점 시기 등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화하는 대로 시장에 알릴 것이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KFC코리아가 가진 상품의 가격 경쟁력에 높은 점수를 주는 소비자들도 많다.
KFC코리아가 판매하는 치킨 한 조각은 오리지널 제품 기준으로 3천 원이지만 매일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는 1+1 행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10조각을 구매하더라도 1만5천 원에 머무는 셈인데 이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BBQ와 bhc, 교촌 등의 치킨이 2만 원대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가격이다.
신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과거 버거킹에서 일할 때 개그맨 김영철씨를 섭외해 만들었던 4900원짜리 프로모션 '사딸라' 광고는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