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널이 CES 2024에서 최초로 공개한 차세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SA-2. <현대차> |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리는 미래모빌리티 비전의 윤곽이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24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은 CES 2024에서 PBV(목적기반모빌리티)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곧 현실로 다가올 미래 모빌리티의 실체들을 속속 공개하며 시장 선점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는 내년 기아 최초의 전용 PBV 모델이자 PBV 라인업의 기반이 되는 PV5를 본격 출시한다.
기아는 현지시각 12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24에서 PBV의 개념을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플랫폼 비욘드 비히클)'로 재정의하고 PV5를 포함한 PBV 콘셉트카 라인업 5종을 최초로 공개했다.
기아는 이번 CES에서 PV5와 관련해 PV5 베이직, PV5 딜리버리 하이루프, PV5 샤시캡 등 3가지 버전을 전시했다.
PV5 베이직은 헤일링(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에 최적화한 모델로 차량을 호출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해당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 높은 전고로 실내공간을 넓혔고 시트를 회전시키지 않고도 방향 전환이 가능한 슬라이딩 양방향 플립시트, 휠체어의 원활한 승하차를 위한 리프트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PV5 딜리버리 하이루프는 물류 운송에 최적화한 모델이다. 머리 위 공간 확장을 통해 공간의 활용성을 높였고 화물공간에서 몸을 굽히지 않아도 되는 실내 전고를 확보했다.
PV5 샤시캡은 PV5의 유연성과 범용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운전석을 제외한 후면 변동부(모듈)를 교체할 수 있는 '이지스왑'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한 콘셉트카다.
▲ PV5 베이직 콘셉트카 인테리아. <기아> |
이지스왑을 활용하면 1대의 차량을 필요에 따라 사무실, 작업실, 창고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아는 이번 전시에서 PV7과 PV1 콘셉트카 실물도 전시했다.
PV7은 이번에 공개된 PBV 라인업 중 가장 넓은 공간과 가장 긴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대형 모델로 장거리 물류 운송에 적합하다.
PV1은 단거리 물류 운송을 위한 소형 모델로 회전 반경을 최소화할 수 있는 드라이빙 모듈이 장착됐다. 이에 직각 운행, 사선 주행, 제자리 회전, 피봇 턴 등이 가능해 좁은 공간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기아는 이번 CES에서 새롭게 정의한 PBV 사업 개념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한 차량과 서비스로 다양한 고객과 지역사회의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전통적 자동차의 개념을 뛰어 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PV5를 시작으로 중형 → 대형 → 소형으로 이어지는 PBV 라인업 구축, 완전한 맞춤화(비스포크) 제작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계별 PBV 전략을 추진한다.
4년 뒤면 도시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현대차그룹의 첫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인다.
현대차그룹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독립 법인 슈퍼널은 CES 2024에서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로 공개했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기체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2020년 CES에서 첫 비전 콘셉트 S-A1을 선보인 뒤 4년만에 새로 공개됐다.
S-A2는 전장 10m, 전폭 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체는 모두 8개의 로터(Rotor)가 장착된 주 날개와 슈퍼널 로고를 본뜬 V자 꼬리 날개,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승객 탑승 공간으로 구성됐다.
해당 기체에는 틸트 로터(Tilt-Rotor) 추진 방식이 적용돼 회전 날개인 로터가 상황에 따라 상하 90도로 꺾이는 구조를 갖췄다. 이착륙 시에는 양력을 얻기 위해 로터가 수직 방향을 향하고 순항할 때는 전방을 향해 전환된다.
이런 추진 방식은 수직비행을 위한 별도의 로터가 필요하지 않고 이착륙 시와 순항할 때 8개 로터가 모두 추진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슈퍼널은 S-A2 기체가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200km/h의 순항 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A2가 상용화 하면 도심 내 약 60km 안팎의 거리를 비행하게 된다.
도심 위를 비행해야 하는 만큼 소음도 최소화할 계획을 세웠다. S-A2 기체는 전기 분산 추진 방식을 활용해 운항할 때 소음을 식기세척기 작동 소음 수준인 45~65dB(데시벨)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UAM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이동수단인 만큼 슈퍼널은 무엇보다 안전성에 주안점을 두고 기체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슈퍼널은 S-A2 기체에 여러 개의 로터를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분산 전기추진(DEP)을 적용하고 로터마다 모터를 이중으로 배치해 고장 등 문제가 생겨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배터리 제어기, 전력 분배 시스템, 비행 제어 컴퓨터 등 모든 주요 장치에도 비상상황에 대비한 다중화 설계가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은 '비행시험을 통한 학습'(러닝 바이 플라잉)이란 개발 전략 아래 경쟁업체와 달리 기존 상용항공업계와 동등한 안전기준 조건들을 개발 초기부터 반영해 주요 시스템들의 설계·개발·시험·개선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CES 2024에서 당장 양산 적용이 가능한 20종의 모빌리티 신기술을 들고 나왔다.
특히 차세대 전기차 구동 기술인 e코너시스템이 탑재된 실증차 '모비온(MOBION)'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주력 제품을 고객사와 관람객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즉시 수주가 가능한 핵심기술을 모비온에 실차 형태로 구현했다고 한다.
e코너시스템의 핵심은 전기차의 구동력을 담당하는 인휠(In-Wheel)이다. 인휠은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한 개의 대형 구동모터 대신 총 4개의 소형모터를 바퀴 안에 넣은 기술로 이를 활용하면 각 바퀴가 독자적 구동력을 갖게 된다.
▲ CES 2024에서 최초 공개된 '모비온'. <현대모비스> |
현대모비스는 인휠에 제동과 조향, 서스펜션 기능까지 통합해 e코너시스템을 개발했다. 각 기능을 통합하는 고난도의 제어기술도 이미 확보했다.
이승환 현대모비스 선행연구섹터장 상무는 "e코너시스템은 기계 장치들의 물리적인 연결도 줄여 차량 설계에 유리하다"며 "당장은 승용차 시장보단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중심으로 먼저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비온에는 e코너시스템 외에도 자율주행 센서와 램프기술 등 현대모비스의 주력 제품들이 탑재됐다.
자율주행 센서로는 좌우 헤드램프 위치에 1개의 근거리 라이다, 전면 중앙에는 장거리 라이다 등 모두 3개의 라이다를 달았다. 근거리 라이다는 크랩주행이나 대각선 주행 등에 활용된다.
이밖에도 현대모비스는 이번 CES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뿐 아니라 첨단 선행 디스플레이 기술과 전기차 충전과 구동의 핵심인 22kW(킬로와트) ICCU(통합 충전 제어 모듈) 등을 소개했다.
현대차는 수소와 소프트웨어로 대전환으로 인류 삶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그룹사의 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고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HTWO 그리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HTWO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역량을 종합해 수소의 생산, 저장 및 운송, 활용 등 모든 단계에서 고객의 다양한 환경적 특성과 수요에 맞춰 최적화한 패키지를 제공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CES 2024에서 인간중심적 비전을 구현한 수소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다이스(DICE)와 스페이스(SPACE) 등을 선보였다.
▲ 현대차의 퍼스널 모빌리티 '다이스'. <현대차> |
다이스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3면으로 둘러 쌓인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다 몰입도 높은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다이스를 활용하면 개인 기기 연동을 통해 개인의 일정과 목적지 등을 파악하고 이동하는 곳들의 명소, 식당 등 맞춤형 여정을 제안 받을 수 있다.
이밖에 이동 중 일정이 변경되면 해당 일정을 경로에 반영하고 지속적 바이오 센싱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테라피 모드'도 탑재했다.
스페이스는 개인화한 디지털 경험에 방점을 찍은 다이스와 달리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동공간으로 가지고 들어와 맞춤화된 공간 경험을 전달한다.
▲ 현대차의 공공 모빌리티 '스페이스'. <현대차> |
스페이스-모빌리티는 다양한 탑승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자 조건에 맞춘 공간과 맞춤형 시트를 제공하고 지상고 제어 기능을 통해 휠체어, 마이크로 모빌리티, 반려동물 등에 편안한 승하차를 지원한다.
문(도어)에 배치된 투명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맞춤형 컨텐츠를 즐길 수 있고 인테리어 콘솔에 적용된 AI 에이전트로부터 이동중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전통적 완성차 업체에서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비전을 갖고있다.
앞서 2019년 타운홀 미팅에선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비중이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이 그리는 미래모빌리티 가운데 가장 앞서 PBV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이 사업에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송 사장은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4 기아 미디어데이 질의응답 세션에서 "기아는 오랜 기간 군용차를 만들어 왔는데, 군용차는 모두 개조된 차인 만큼 기아의 PBV 사업 경력은 30년에 달한다"며 "기아는 PBV에 득도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 전기차 판매량은 150만 대로 예상되는데 20%인 30만 대는 우리가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