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사들이지 못하는 중국 기업들이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분해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및 GPU 참고용 이미지. <엔비디아>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서 매달 수천 개의 엔비디아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분해해 핵심 부품만을 빼내고 있다는 외국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규제로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중국 업체들이 게임용 그래픽카드에 탑재된 GPU로 대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공장에서 매달 수천 개의 게임용 그래픽카드 핵심 부품을 새로운 기판에 옮겨붙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한 그래픽카드에서 고성능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반도체를 분해해 인공지능 시스템을 위한 용도로 변경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 등 GPU 전문기업이 중국에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대형 언어모델(LLM)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려면 GPU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를 사들이기 어려워지자 게임용으로 개발된 제품을 대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게임용 GPU의 성능이 인공지능 반도체와 비교해 뒤떨어지는 만큼 중국 기업들이 이를 통해 미국의 규제를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방법 이외에 실질적인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반도체기업들도 자체 GPU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등 기업의 반도체와 비교하면 성능이 아직 크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기관 86리서치는 “미국 수출규제 영향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최후의 수단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부엌칼을 사용해 조각품을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공장에서 분해된 그래픽카드는 지난해 12월 기준 4천여 대로 11월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그래픽카드에 쓰인 GPU 물량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중국에 게임용 그래픽카드 수출마저 규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분해해 쓰는 것은 인공지능 시스템 구축에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이는 일반 소비자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미국 규제에 대응해 성능을 대폭 낮춘 중국시장 전용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해 출시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엔비디아 새 반도체 성능이 낮고 가격은 비쌀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기업들이 그래픽카드를 분해해 사용하려는 이유”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