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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위기, 돌파구 있나] 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 흔들, 2024년 저력 보인다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4-01-0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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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위기, 돌파구 있나] 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 흔들, 2024년 저력 보인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2023년 10월2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을 열고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편집자 주>
2024년, 삼성전자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암울했던 ‘혹한기’를 지나 따스한 봄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모든 주력 사업에서 모두 막강한 경쟁자를 두고 있어 자칫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경우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공존한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중심으로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경영환경의 변화가 있을 올해 삼성전자가 당면한 현안과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본다.

[1] 삼성전자 3대사업 경쟁 격화, 이재용 '뉴삼성' 갈림길 섰다 
[2] 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 흔들, 2024년 저력 보인다 
[3]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에서 도약 노린다 
[4] 삼성전자 노태문, 1위 수성 위해 AI폰으로 승부수
[5] 삼성전자 백색가전 위기, 한종희 초연결과 인공지능에 미래 건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지켜오던 ‘초격차(결코 따라올 수 없는 격차)’ 전략에 위협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초기 시장주도권을 경쟁사에 내주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기술우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4년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그동안 쌓아온 저력을 보여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2024년에는 수요 확대 및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회복하면서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2023년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D램 가격은 2024년 50%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램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응용처별 수요 개선 효과로 메모리 공급업체들의 협상력은 강해지기 시작했다”며 “2024년 D램 가격은 5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D램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더할 수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업황 회복을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인공지능(AI) 시장의 개화로 급격히 커지고 있는 HBM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따돌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큰 폭으로 향상시킨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다. 반도체 대역폭은 단위 시간 동안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나타낸 것으로 고대역폭일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인공지능 서비스는 학습과 추론에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 외에 HBM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HBM의 성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D램 전체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9%에서 2024년 18%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에서 마이크론에 한참 앞서있지만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다소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비디아에 HBM 공급이 다소 늦었던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2023년 말부터 엔비디아, AMD 등에 4세대 HBM인 HBM3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5세대 제품인 HBM3E 공급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2024년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이 SK하이닉스를 넘어서며 D램 강자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할 공산이 크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최대 생산량이 2024년 4분기 15만~17만 장/월으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량 12만~14만 장/월을 웃돌 것이다"고 분석했다. 
 
[삼성 위기, 돌파구 있나] 삼성전자 메모리 '초격차' 흔들, 2024년 저력 보인다 
▲ 2024년에는 메모리반도체 수요 확대 및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관련 산업이 급격하게 회복하면서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래픽 비스니스포스트>
 삼성전자는 올해 낸드플래시에서도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30% 담당하는 중국 시안 공장의 공정을 기존 128단(6세대)에서 256단(8세대)으로 전환한다. 고부가가치 낸드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2024년 말에는 ‘더블스택’ 기술을 활용해 300단(9세대)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간다.  

이는 다른 경쟁사들이 300단 이상 낸드에 ‘트리플스택’을 사용해야하 하는 것과 차별화된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스택은 낸드플래시를 나눠 제작한 뒤 합치는 방법으로 '싱글스택→더블스택→트리플스택'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셀을 묶기 위한 구멍이 많아져 공정 효율성이 떨어지고 데이터 손실률도 높아진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2023년 10월20일에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9세대 낸드는 더블스택 구조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를 개발 중이며 양산을 위한 동작 칩을 성공적으로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더블스택을 활용한 300단 이상 낸드가 양산되기 시작하면 그동안 낸드플래시에서 기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던 일각의 걱정들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천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 초석도 다져야 한다.
 
1천단 낸드는 7세대인 176단과 비교하면 저장 용량이 5배나 증가하게 된다. 다만 이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셀의 평면적과 높이를 감소시켜 칩의 몸집을 줄여야 하고 새로운 전류 제어 기술도 필요해 기술적으로 많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의 기술 개발 난이도가 계속 높아지면서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삼성전자와 경쟁사의 기술격차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삼성전자가 쌓아온 기술 노하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경쟁우위 유지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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