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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배당정책 대전환할까

이명관 기자 froggen@businesspost.co.kr 2014-07-29 2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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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 배당정책 대전환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강을 듣고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팎에서 배당 확대에 대한 거센 요구를 받고 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업들에게 배당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곳간에 쌓아놓고 있는 돈을 풀어 가계로 흘러가도록 해 경기를 살리자는 것이다.

이런 요구의 주된 대상은 삼성그룹일 수밖에 없다. 가장 쉽게 돈을 풀 수 있는 곳이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10대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49조 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이 66조 원으로 44% 정도를 차지한다. 삼성그룹 가운데 삼성전자가 59조4천억 원으로 90%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외국계 투자자들의 요구도 거세다. 애플에서 팀 쿡이 주주친화정책을 펼치며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했듯이 똑같이 하라고 주문한다.

이 부회장이 안고 있는 배당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외부의 요구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삼성에서 이재용체제의 실질적 가동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 합의의 토대는 삼성이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당은 수익의 사회환원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중간배당의 규모도 밝힌다. 이번 중간배당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500원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분기 실적도 부진한 데다 배당확대에 대해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8년 이후 중간배당금을 500원으로 유지해 왔다. 2010년만 예외적으로 5천 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스마트폰 갤럭시S가 대박을 난 데 대한 ‘잔치’였다.

◆ 배당확대, 이재용체제 승계의 연결고리될 수 있나

스웨덴의 국민기업 발렌베리그룹을 이끌고 있는 마크쿠스 발렌베리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 회장은 2012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부회장에게 “삼성가의 경영권 승계는 서두르지 말고 사회적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렌베리그룹은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이 직접 방문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모델로 연구했던 기업이다.

이 부회장에게 배당은 이재용체제의 등장을 위한 사회적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다. 이 부회장은 경영능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순조롭게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기여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법인의 총소득(2013년 기준) 중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18.33%이지만 내는 세금의 비중은 10.86%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삼성그룹이 사회적 기여에 인색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삼성그룹이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으로 배당확대는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발렌베리그룹의 경우 배당을 통해 지주회사를 거쳐 재단에 수익을 나누고 이 수익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다. 발렌베리그룹이 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은 연간 3조 원 가까이 된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재용체제의 정당성을 사회적 합의로 확보하는 방안으로 배당을 통해 삼성가의 대주주들이 정당하게 수익을 받고 이 돈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쓰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정당한 방법으로 승계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재용, 삼성 배당정책 대전환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 최경환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까

최경환 부총리의 배당확대 요구도 이 부회장에게 깊은 고민을 던져준다.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기업들의 배당이 문제되는 것은 특별히 투자하지도 않으면서 사내유보만 늘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

최 부총리는 사내유보금 과세에 이어 새로운 압박 카드로 국민연금 등이 투자한 기업의 배당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연기금이 기업의 배당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경영참여 목적'의 투자로 간주돼 규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이런 제한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당장 국민연금만 해도 이미 상당수 상장기업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 7%, 삼성물산 지분 12.97%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국민연금 등 대주주 투자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의 압박은 이 부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최 부총리가 특정 그룹을 지목해 말하지 않지만 국내 기업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가령 현금성 재산만 놓고 보더라도 삼성그룹은 66조 원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10대그룹인 한화그룹은 1조 원도 가지고 있지 않다.

결국 삼성그룹이 최 부총리의 요구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하는 점은 최 부총리의 내놓은 정책의 성공을 결정짓는 잣대가 된다. 이 부회장으로서 배당이나 투자 등등을 통해 성의를 표시해야 할 입장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늘리는 방향으로 배당정책을 바꾸면 다른 국내 상장기업들도 연이어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 외국계 투자자의 요구와 시장의 기대

외국계 투자자들도 삼성전자에 꾸준하게 배당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라”며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계 투자자는 뉴욕의 헤지펀드인 페리캐피털과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약트먼애셋매니지먼트, 아티산파트너스 등이다. 이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에 배당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투자자들의 이런 요구에 대해 “낮은 배당수익률과 많은 현금보유량에 대해 외국계 투자자들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이런 요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의 비중은 51.05%(23일 기준)에 이른다.

이런 점들 때문에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배당확대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배당확대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감은 삼성물산의 주가에서 확인된다. 삼성전자 배당확대 기대감이 나올 때마다 삼성물산 주가는 오른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배당금을 50%만 올려도 삼성물산이 얻는 배당금 수익은 한해 영업이익의 약 20%에 해당한다.

  이재용, 삼성 배당정책 대전환할까  
▲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중장기전략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는 그동안 얼마나 배당했나

삼성그룹은 그동안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기보다 성장에 무게를 두고 공격적 투자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사업에 적극 투자해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꾸준히 몸집이 커졌다. 2006년 4월21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13조9661억 원이었다. 그런데 29일 기준 204조1568억 원으로 약 2배 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최근 들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배당성향은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2010년 이후 삼성전자의 평균 배당성향은 평균 6.9%다. 이전 20년 동안의 평균인 12.9%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07년 15.8%에서 2012년 5.2%로 급감했다.

이런 배당성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확대 요구를 불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었다. 당시 애널리스트 데이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성정성과 배당확대에 쏠렸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배당수익률을 1%로 올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삼성전자는 배당성향도 지난해 12.03%로 올렸다. 그런데도 현금배당을 실시한 상장기업 440개 평균인 21.09%보다 여전히 부족하다. 또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글로벌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인 36.8%에 한참 못미친다.

당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목표로 내건 배당수익률 1%는 경쟁사인 애플의 2.3%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애널리스트 데이를 통해 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지난해 11월 개최한'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삼성전자가 배당정책 검토를 약속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애플의 사례 타산지석으로 삼나


삼성전자가 겪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글로벌 IT기업 애플이 직면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재용, 삼성 배당정책 대전환할까  
▲ 팀쿡 애플 CEO
애플은 2012년 1천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애플은 지금의 삼성전자처럼 배당에 인색했다. 그러나 ‘기업 사냥꾼’이란 별명을 가진 칼 아이칸 등 투자자들이 공개적으로 압박을 펼치면서 애플은 결국 배당을 늘렸고 자사주도 매입했다.

애플은 올해도 배당금 확대를 약속하며 주주친화적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4월 자사주 매입 규모를 300억 달러로 늘리고 배당액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처음부터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아니었다.

애플은 2012년까지만 해도 배당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애플은 2011년 1천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배당금 지급은 물론 자사주 매입도 하지 않았다.

애플은 잡스가 CEO로 있을 때인 1995년 이후 한 번도 배당하지 않았다. 애플은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의 압력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애플은 현금을 깔고 앉아만 있다”고 꼬집었다.

애플이 변화를 맞이한 것은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물러나고 팀 쿡이 새로운 애플의 수장으로 들어서면서부터다. 팀 쿡 CEO는 2012년 17년 만에 배당을 실시했다. 3년 동안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450억 달러를 배당하기로 한 것이다.

팀 쿡은 그 이듬해 실적발표와 함께 배당을 더욱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 주주환원 프로그램 강화 방침을 밝혔다. 순이익이 무려 18%나 하락했지만 이런 팀 쿡의 주주친화정책으로 애플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 애플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순이익이 떨어졌다. 당시 아이폰 판매가 감소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팀 쿡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쏙 들어갔다. 팀 쿡은 ‘돈으로 자리를 보전했다’고 조롱할 정도였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샌퍼드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 연구원이 지난 9일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결국 애플의 이런 사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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