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부실시공과 특혜의혹에 휩싸였다.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차량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도시철도에서 잇따른 사고가 터지며 부실공사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납품한 철도가 기준에 미달해 특혜시비도 불거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최근 인천도시철도 2호선 불량차량 납품과 대구도시철도 2호선 스크린도어 부실공사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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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 |
현대로템은 2009년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와 전동차 74량을 일주시간 99분에 맞춰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일주시간이란 철도가 기점에서 종점까지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은 올해 7월 말 개통했는데 개통 첫날 운행이 15분 지연됐다. 그 이후에도 일주시간을 맞추기 위해 정차시간을 줄이면서 승객이 문에 끼일 뻔한 사고도 발생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되기 전 시범운행에서 현대로템이 납품한 철도가 계약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대로템에 대한 특혜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2년 실시한 시범운행에서 현대로템 철도차량은 애초에 제안했던 37.515km/h보다 느린 33.66km/h의 속도를 보였다.
오호균 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최근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주요 업무보고에서 “현대로템 철도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 후 계약서에 명시된 일주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차량 일주시간을 줄이기 위해 8월 중순 현대로템에 차량을 추가 납품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로템은 도시철도본부의 요청에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대구도시철도 2호선 스크린도어의 부실시공으로도 논란이 제기돼 고소당할 위기에 처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2015년부터 1, 2호선의 24개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2호선 12개 역사에서 시공을 담당하고 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현대로템이 2호선 역사 3곳에 설치한 일부 스크린도어에서 외관 페인트막 두께가 품질기준에 미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스크린도어가 화제와 부식에 취약하고 차량 운행 시 감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시민연합은 지적했다.
현대로템이 시공 중인 2호선 12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구조체를 지지하는 앵커볼트 5228개 중 85%가 정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스크린도어 제어시스템 및 센서의 오작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시민연합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구도시철도공사는 현대로템의 부실시공에 대한 형사고소를 준비 중이며 공기 지연 시 하루 2천만 원의 보상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대로템이 국내 철도차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일으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로템은 국내 철도차량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1997년 정부가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명목 아래 기존 철도차량회사 3곳을 통합하면서 출범한 한국철도차량을 모태로 한다. 200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법적으로 시장진입이 제한돼 있지는 않지만 진입 문턱이 높아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장기간 유지해왔다.
현대로템은 2015년 3월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전동차 교체사업 수주전에서 로윈-다원시스 컨소시엄에 패하자 컨소시엄의 전동차 제작실적이 없어 입찰자격이 없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발끈했다.
그러나 법원은 “규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입찰 참가자격 등록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로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2014년 10월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기간 독과점이 진행됨에 따라 많은 문제가 있어왔을 것”이라며 “한국철도공사는 원가절감뿐 아니라 현대로템의 잦은 부품하자 등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 국제입찰 경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