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IG넥스원의 새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 신익현 C4ISTAR(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표적획득)사업부문장이 회사의 지휘봉을 잡는 내년부터 국내외 정부를 상대로 한 수주영업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 내정자은 공군 장성 출신으로 국방부나 군과 접점이 많은 만큼 그의 사장 내정은 글로벌 방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상대 수주영업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신익현 LIG넥스원 사장 내정자는 공군 출신으로 군과 접점이 넓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방산수요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LIG넥스원의 수주와 실적도 지속해서 우상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LIG넥스원은 내수 비중이 높은 방산업체로 꼽히지만 해외 무기 수요 증가에 따라 해외 매출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중동에서 실제 군사적 충돌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LIG넥스원이 취급하는 유도무기나 방어체계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LIG넥스원이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체계 ‘천궁II’와 유도로켓 ‘비궁’ 등의 수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2년 1월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UAE)와 2조6천억 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적도 있다.
해외 수출뿐 아니라 내수용 방산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정부 예산안을 보면 비대칭 전력 확보와 3축체계 구축을 뼈대로 한 무기체계 도입 계획이 담겨 있다.
3축체계는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 북한을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체계’를 말한다.
이런 정부의 정책기조는 방산업계에서 LIG넥스원의 주력 분야라 할 수 있는 유도무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근거로 꼽힌다.
LIG넥스원은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의 양산체제를 구축한 뒤 이를 한국 군에 공급하고 있으며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개발·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익현 내정자가 LIG넥스원의 차기 수장에 선임된 배경에는 국내외 방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상대 사업(B2G)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적 경영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신 내정자는 최근 임원 인사를 통해 차기 사장에 발탁됐다. 내년 1월부터 공식적으로 사장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확정된다.
김지찬 현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을 맡는다.
▲ LIG넥스원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체계 ‘천궁II’. < LIG넥스원 >
신 내정자는 1984년 공군사관학교 32기로 공군 소위에 임관해 2015년 공군 소장으로 예편한 장성 출신이다. 군에 몸담는 동안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실 행정관(2007년), 공군 제8전투비행단장(2010년),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처장(2013년) 등을 거쳤다.
LIG넥스원에는 2017년 전략기획전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이후 감시정찰사업부장, C4ISTAR(지휘통제통신ㆍ감시정찰ㆍ표적획득)사업본부장, C4ISTAR사업부문장 등을 지냈다.
신 내정자는 공군에서 경력이 LIG에 몸담은 기간보다 훨씬 긴 만큼 외부 출신 영입 인사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LIG넥스원에서 30년 넘게 일한 김지찬 현 사장과는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
김 사장은 1987년 LIG넥스원 전신인 금성정밀공업에 입사해 다양한 연구개발 업무에서 선임연구원 등을 맡으며 기술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전략기획, 사업총괄 등의 업무도 경험했다. 방산사업의 여러 업무를 두루 경험한 뒤 내부 승진을 거쳐 사장까지 올랐다.
방산사업은 국내외 정부를 상대로 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업종이다. LIG넥스원의 매출 현황만 봐도 정부기관인 방위사업청 비중이 50% 안팎이다. 이밖에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해군군수사령부지출관 등도 주요 거래처로 꼽힌다.
다른 방산기업에 납품하거나 용역을 수행하는 계약에서도 정부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해외 정부를 상대로 하는 수주에서도 우리 정부나 국가기관의 협조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인 만큼 방산업에서 대관업무는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방부나 군대, 방산 분야 국가기관과 접점이 많은 장성 출신 인사가 수주 활동에 적합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특히 신 내정자는 합동참모본부 전력3처장으로 있으며 공군 전투기 등 무기 도입 업무에도 관여한 경력이 있다. 군에서 직접 전투전력을 운용해본 경험도 있는 만큼 무기체계 관련 연구개발이나 무기도입을 놓고 군과 소통하며 조율을 진행하는 데에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방산 수요 증가로 일감이 많아진 상황에서 당장에 수주 성과를 끌어올려 이익체력을 강화하는 일에 장성 출신이 적임자일 수 있는 이유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LIG넥스원은 세계가 탐내는 전략무기 1인자”라며 “2024년은 국내외로 성장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