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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 청문회 나온 SPC그룹 회장 허영인, 산재 유족들에게 사과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 2023-12-01 16: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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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 청문회 나온 SPC그룹 회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811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허영인</a>, 산재 유족들에게 사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국회의원들 앞에 섰다. 허 회장이 1일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국회의원들 앞에 섰다.

국정감사를 피했던 허 회장은 1일 국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이날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622호에서는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허 회장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면서 국정감사를 피해갔다. 노동자 사망사고에 관련해 질문할 것이 많았던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이 날 청문회에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는 간사인 임이자 의원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임이자 의원은 야당과 합의되지 않은 청문회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에서까지 이번에도 허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청문회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허 회장은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SPC그룹 근로자가 죽거나 다친 사고만 5건이다. 2명은 사망했고 3명은 손가락을 다쳤다.

올해에만 1명이 죽고 2명이 다쳤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국회의원들 앞에서 처음으로 질의응답을 하게 된 허 회장은 긴장한 듯 보였다.

허 회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청문회가 시작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SPC그룹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에 대해 질책했다.

이 의원은 “SPC그룹은 제가 요청한 재해조사표조차 제출하지 않았고 재해 원인 분석과 대책이라고 제출한 자료는 제목을 포함해 8~9줄에 불과하다”며 “안전예산을 위해 얼마나 썼는지에 대해서는 허 회장이 지난해 발표한 1천억 원 지출 계획에 대한 현황만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SPC그룹이 제출한 사고 원인 분석 및 대책에 대한 내용은 제목을 포함해 8줄이었다.

이 의원은 “이런 자료는 그저 그룹 홍보자료일 뿐이며 국회를 우습게 본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불출석사유서에서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제과제빵박람회’(IBA)에 참석해 업체 3곳과 안전시스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점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체결된 양해각서를 보면 허 회장이 서명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진 의원이 공개한 양해각서를 보면 서명란에는 황종현 SPC삼립 대표이사 사장의 이름이 써있다. 하지만 서명은 ‘B.K. Son’이라는 사람이 했다.
 
[현장] 국회 청문회 나온 SPC그룹 회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811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허영인</a>, 산재 유족들에게 사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과 이해욱 DL그룹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허 회장은 “황 사장은 사정이 있어 출국하지 못했고 서명한 사람은 손병근씨라고 설비와 제빵 기술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다”며 “저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허 회장이 직접 서명하는 양해각서 체결 행사도 아니었는데 이것을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이 SPC그룹에서 어떤 위치인지를 물었다. 양해각서 체결을 이유로 국정감사까지 불출석할 정도라면 주요 사업 등을 허 회장이 결정하냐는 것이다.

허 회장은 “지금은 대표이사들이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며 “저는 대표이사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이다”고 답했다.

책임경영에 대한 답변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서도 다시 등장했다. 전 의원은 현재 SPC그룹의 ‘2조2교대’ 근로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노동자들은 2교대 근무가 개선되지 않으면 사망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허 회장이 2교대 근무 개선에 대해서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허 회장은 “대표이사와 노동조합이 함께 의견을 모아 좋은 방향을 제시한다면 저는 그렇게 따라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전 의원은 보충질의 때도 허 회장에게 2교대 근무 개선과 관련해 여전히 같은 입장이냐고 물었지만 허 회장의 답변은 바뀌지 않았다.

윤건영 더불어민주장 의원에 따르면 SPC그룹 대부분 계열사들의 2조2교대 근무 비율은 50%를 넘는다. SPL은 2조2교대 근무 비율이 67.4%를 넘는다.

윤 의원은 “SPC그룹 경쟁사인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 4조3교대 근무로 돌아섰다”며 “이 점은 SPC그룹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처음으로 알려진 내용도 있다.

지난해 10월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의 경기도 평택시 소재 제빵공장에서는 여성 직원 A씨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빵공장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10월15일 밤 작업을 재개했고 그날 생산된 빵 4만 개가 전부 유통됐다. ‘피에 젖은 빵’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허 회장은 사고 발생 6일 후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향후 3년 동안 모두 1천억 원을 투입해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허 회장이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점검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허 회장은 “샤니에서 퇴직한지 5년 정도 됐고 그 이후에는 대표이사에게 완전히 위임을 해 책임경영을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퇴직 이후 5년 동안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에도 단 한 번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은 것이다.

현장 점검에 대한 필요성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사고 이후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공장으로 현장 점검을 나갔을 때 1960~1970년대 시골방앗간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공장에 안 가봤다고 했는데 오늘 이후로 직접 사고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유족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허 회장은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다 저희가 부족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안전 경영이 기업 문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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