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3-11-30 15: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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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욕설 파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회사 내부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내부 카르텔들과 전면전에 나섰다.
김정호 총괄이 제기한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해 카카오 노동조합마저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차원의 조사를 요청하면서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본격적인 내부 혁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호 총괄은 준신위에서 유일한 사내위원이다.
▲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카카오 내부 카르텔과 싸우고 있다.
다만 일방적인 문제 제기로 조직 갈등만 더 부추긴다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경영진 간 진흙탕 싸움으로 카카오 이미지만 더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30일 카카오는 일부 임직원이 제기한 김정호 총괄의 욕설논란, 김정호 총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개한 내부 비위 의혹 등에 대해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위원장이 김정호 총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김범수 위원장은 최근 카카오 쇄신을 위해 구성한 외부 감시기구인 준신위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김정호 총괄이 유일한 사내 위원이다. 준신위가 김범수 위원장으로부터 쇄신 전권을 부여받은 기구라는 점에서 김정호 총괄이 김범수 위원장으로부터 가장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김정호 총괄은 최근 카카오 비위를 공개한 SNS에 조선시대 조광조라는 태그를 남기면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노출한 상태다. 스스로 김범수의 칼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호 총괄이 '김범수의 칼'을 자처하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내부 비위 조사 결과에 따라 강력한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9일 자신의 SNS에서 김범수 위원장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카카오의 쇄신작업을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괄은 앞으로 김범수 위원장 요청에 따라 △경영진 혹은 측근에 편중된 보상 △불투명한 업무 프로세스 △견제 없는 특정 부서의 독주 △특이한 문화와 만연한 불신과 냉소 △휴양시설과 보육시설 문제 △골프장 회원권과 법인카드 △대외협력비 문제 △데이터센터와 공연장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 관련 비리 △장비의 헐값 매각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활용 등을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정호 총괄이 폭로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카카오는 현재 중간관리직 관련 폐해가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
중간관리직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 실무담당자와 개발자 위에 군림하며 동시에 경영진의 눈과 귀를 막고 있어 김범수 위원장 등 주요경영진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손조차 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호 총괄이 약 2달 동안 조사를 해 보니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장이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의 250% 연봉을 받고 연간 20억 원 수준의 골프회원권까지 보유한 사례가 적발됐다.
김정호 총괄은 또한 자신 역시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위를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정호 총괄은 욕설 파문으로 궁지에 몰렸음에도 내부 카르텔과 전면전을 선택했다. 김정호 총괄의 이런 행보에 카카오 크루(직원)들도 공감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 직원들 400여 명이 모여 김 총괄의 내부 비위의혹 공개저격이 옳은 일이었느냐는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에 참여한 직원 가운데 약 90%가 '김정호 총괄이 잘했다'고 응답했으며 10%는 '회사의 치부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잘못이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1월23일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카카오>
카카오 노조 역시 이번에 카카오 노조 역시 제기된 비위의혹들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김정호 총괄이 폭로한 경영진 특혜와 비위행위는 독립기구인 준법신뢰위원회 조사를 요청해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크루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카카오 공동체 크루들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무책임하게 특권과 특혜를 유지한 경영진이 있다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조는 김정호 총괄의 욕설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는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의 폭언과 욕설은 △지위와 우위를 활용했고 △적정한 업무범위를 벗어났으며 △다수의 크루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장애인을 비하는 단어까지 포함됐다”며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기준에 부합하기에 좋은 의도가 있었거나 실수라고 해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호 총괄은 자신의 SNS에서 해명문을 내고 욕설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수였으며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카카오 내부에서 감춰져 있던 각종 비위의혹들을 폭로하면서 '다른 회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화를 참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카카오 노조는 김정호 총괄의 욕설 문제와 관련해 "어떤 좋은 의도가 있었거나 실수라도 합리화하기 어렵다"면서 "상황에 따라 허용하면 크루들은 앞으로 동일한 상황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회사가 내부 경영진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에 경영쇄신위원회에 직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카카오는 이날 김정호 총괄이 폭록한 내부 비리 의혹에 대해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사내 게시판에 "윤리위원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할 것을 건의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제주 ESG 센터 등의 건설과정 그리고 김정호 총괄이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