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물류대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주주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조 회장을 직접 겨냥하는 등 당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압력에 굴복해 자금지원을 할 뜻을 채권단에 전달하고 자금조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 임종룡, 조양호 정면 겨냥하며 사태 해결 압박
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나 한진그룹이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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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개혁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일은 한진해운의 책임”이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대주주들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조 회장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후 그룹 차원에서 부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이를 전제로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해운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조 회장이 한진해운 임직원에게 보낸 글을 언급하며 조 회장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이에 앞서 4일에도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이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를 만나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강도높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정 부행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한진그룹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한진그룹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은 한진해운이 연체한 항만 이용료 등을 지불하는 일이다. 현재까지 누적된 한진해운의 미지불금은 37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당장 선박압류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은 2천억~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이나 한진그룹이 담보대출을 요청할 경우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실상 담보대출을 받으라고 압박한 셈이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물류대란을 해결할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채권단과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 물류대란 현실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부터 물류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긴 했지만 현재 상황은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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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임 위원장도 “물류에 영향이 미칠 것을 인지하고 논의했지만 선적 화물에 대한 화주, 운항 정보를 모두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회사 측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했고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5일 현재 한진해운 선박 가운데 비정상적으로 운항되고 있는 선박은 모두 79척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집계한 68척보다 11척 늘어난 것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스페인, 캐나다 등에서 항만당국이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과 출항을 금지하거나 하역 관련 회사들이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며 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억류될 것을 우려해 입항도 못하고 떠돌고 있는 배도 여러 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선박압류를 막기 위해 법정관리 개시 직후인 2일 미국에 압류금지명령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1∼2주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이번주 안에 캐나다, 독일, 영국 등을 포함한 주요 거래 국가 10여 곳에 압류금지명령을 신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압류금지명령이 받아들여져도 압류 위기만 넘길 수 있을 뿐 항만 이용대금은 지급해야 한다.
수출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가장 큰 대목인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앞두고 물류대란이 벌어져 수출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도 “줄 수 있는 공간은 일정한데 여러 곳에서 달려들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 대안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주력노선에 현대상선의 대체선박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해당 선박들은 미주 노선의 경우 일러야 8일, 유럽 노선의 경우 12일 이후부터 투입된다.
그 사이 한진해운 선박이 추가로 압류되거나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 피해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운항차질이 이어질 경우 한진해운이 최대 140억 달러 규모의 줄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