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가전기업이었다가 몰락 위기에 처한 소니가 남긴 교훈이다. 한때 전자제품 시장을 호령하던 소니는 온데간데 없고 영광의 추억만 남아 있다.
◆ 소니의 몰락 원인은 혁신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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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라이 가즈오 소니 회장 |
세계 1등 기업이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소니의 이야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월27일 소니의 신용등급을 Ba1으로 강등했다. Ba1은 투자부적격등급(junk rate)이다. 소니의 신용등급은 2009년 1월 A2에서 5년만에 5단계나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A1을 유지하고 있다. 전망도 ‘긍정적’으로, 윗단계인 Aa3로 상향될 가능성도 있다.
10년전인 2003년만 해도 소니의 매출액은 632억3,000만달러로 502억2,000만달러에 그친 삼성전자보다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삼성전자가 1,578억9,000만달러로 소니의 533억4,800만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삼성의 성장세는 차치하더라도 소니는 거의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셈이다.
소니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혁신의 부재가 꼽힌다. ‘워크맨’으로 대표되는 소니의 기술은 당시 시장을 선도할 만큼 충분히 혁신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빠른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자사의 기술력만을 맹신하는 바람에 후발주자들에게 역전당하고 시대에 뒤쳐졌다.
대표적 사례가 음악시장의 실패다. 2000년대 음악 시장은 MP3로 주도권이 넘어갔으나 소니는 MD와 ATRAC포맷 등을 고수하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그새 아이튠즈를 내세운 애플이 음악시장을 석권했고 소니는 2012년 12월 과거의 영광을 대표하던 워크맨의 단종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소니는 새로운 기술개발도 소홀히 했다. 2008년 TV연구를 담당하던 A3연구소가 폐쇄됐다. A3연구소는 소니TV의 영상기술개발을 담당하던 곳으로 소니 혁신의 심장부였다. 비용절감을 위해 A3연구소가 폐쇄되자 연구소장 곤도 데쓰지로는 “소니는 더 이상 기술기업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29년간 근무한 회사를 떠났다. 소니는 TV시장의 주도권 역시 삼성전자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일본의 한 경제주간지는 '전설의 소니는 이제 없으며, 기술을 버린 소니가 회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무리 세계 제일의 혁신 기업일지라도 끊임없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추락하는 것은 금방이라는 사실을 소니가 보여주고 있다.
◆ 소니의 몰락은 삼성에게 '반면교사'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혁신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한 때는 소니를 따라잡기 위해 애썼으나, 이제 그 상대가 혁신을 게을리해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취하는 조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년사에서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1월20일 신임임원 초청만찬에서 “불확실한 미래 다같이 헤쳐 나가기 위해 다시 한 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월12일 기업내 혁신 동력을 공급할 새로운 조직 신설을 발표했다. 영상․디스플레이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하는 차세대전략팀과 스마트폰 이후 삼성을 이끌 신제품을 개발하는 차세대제품개발팀이다. 삼성의 혁신은 말로만 그치고 있지 않다. 적어도 삼성이 소니처럼 허망하게 스러져갈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