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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올해 미국과 유럽서 '훨훨', 업황 하락기 앞두고 이익체력 다져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3-11-21 17: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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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올해 미국과 유럽서 '훨훨', 업황 하락기 앞두고 이익체력 다져
▲ 현대차그룹이 올해 글로벌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내년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전경.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우호적 업황 속에서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내년엔 경기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기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가 실적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데 내년 업황 하락기를 버틸 이익체력을 충분히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해 올해 잇달아 호실적을 거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내년부턴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해소되는 가운데 산더미처럼 쌓였던 대기수요를 바탕으로 우호적 업황을 누려왔다.

다만 내년엔 대기수요가 소진되고 고금리 및 인플레이션에 의한 경기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이 현실화하는 환경을 맞아 자동차 업황은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회복 강도는 92.4%"라며 "지금까지는 3년 동안의 밀린 수요를 기반으로 회복세를 기록했으나 이제는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바라봤다.

유혁진 SK증권 연구원도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는 다소 부담되는 높은 차 가격과 높아진 할부금리,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와 자동차업체 사이 경쟁 심화 등의 대외환경요인과 전미자동차노조(UAW)발 임금인상, 소프트웨어 인력 증가, 각종 건설비용 증가 등 대내 요인들에 직면한 상태"라며 "완성차업체들의 내년 이익 규모는 증가보다는 수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3분기 연결기준으로 합산 누적 영업이익 20조7945억 원을 거두며 기존 합산 연간 최대 영업이익인 2022년 17조529억 원을 올해 단 3개 분기 만에 넘어섰다.

이런 수익성 개선에는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선진시장에서의 판매 확대에 따라 동반된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비중 증가(믹스개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3분기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각각 146.3%, 272.9% 증가했다. 물론 지난해 3분기 품질비용 반영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지만 믹스개선이 각각 461억 원, 417억 원으로 영업이익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제네시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중심의 고부가 차종 제품 믹스 개선과 미국지역 역대 최다 판매, 유럽 내수시장 판매 호조에 따른 지역 믹스 개선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마진이 높은 글로벌 선진 자동차시장에서 역대급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기세를 유지한다면 내년 하락하는 업황을 맞아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키운 수익성을 어느 정도 방어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국과 함께 세계 양대 자동차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거의 모든 달마다 역대 최다 월간 판매량을 새로 쓰며 최다 판매실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3분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한 125만482대를 판매했다. 기존 역대 연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2021년 148만9118대를 넘어설 만한 판매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는 요인으로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 확대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9월에만 미국에서 전년 동월보다 128% 증가한 2만5701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 연산 30만 대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전용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도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 증가세가 지속될 공산이 커 보인다.
 
현대차·기아 올해 미국과 유럽서 '훨훨', 업황 하락기 앞두고 이익체력 다져
▲ 현대차가 올해 영국 출시한 2세대 코나 EV.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발원지' 유럽에서 자동차 산업수요가 2번째로 많은 영국에서도 올해 역대 최다 판매실적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10월 영국 승용차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8.7% 증가한 17만3428대를 판매했다. 현지 점유율 10.8%로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판매량이다.

현대차그룹은 영국에서도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 힘입어 판매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최근 친환경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내년에도 판매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2020년 아이오닉 EV(현재 단종), 코나 EV 등 단 2종에 불과했던 영국 전기차 라인업에 2021년부터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제네시스 GV60, GV70 EV, G80 EV 등을 잇달아 추가하며 현재 6종까지 확대했다. 

올해는 완전변경을 거친 2세대 코나 EV를 영국에 내놓고 현지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자동차 시장 규모 1위 국가인 독일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자동차시장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1~10월 독일 자동차 누적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는 8만8061대, 기아는 6만3502대를 판매해 각각 9위, 12위에 이름을 올랐다. 그룹별로 보면 합산 점유율 6.4%로 6위에 해당한다.

자국 브랜드 선호가 강한 독일에서 현대차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해외 브랜드는 미국 포드(8위, 10만375대)가 유일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통계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영국과 독일을 포함한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올해 1~10월 누적 94만543대를 판매해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르노그룹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점유율은 8.8%로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위에 오른 토요타그룹(6.9%), 유럽 정통의 프리미엄 브랜드 BMW그룹(6.9%), 메르세데스-벤츠(5.4%)를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세계에서 고급 차종 선호가 가장 강한 국가에 속하는 한국에서도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10월 국내에서 현대차는 62만7847대, 기아는 47만353대의 자동차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각각 12.6% 7.4% 증가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선진 자동차시장에서의 판매실적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주 부사장은 "기아는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되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들에서 성장성이 워낙 좋게 나오고 있다"며 "한계이익 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유럽이 높은데 현재 중국과 인도 등 한계이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물량차질이 있지만 수익성에 부담이 가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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